사람들·오피니온
무조건 단정하면 안돼
사라진 서류 가방
주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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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21 [0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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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여 차 트렁크를 열어보니 서류와 돈을 넣어둔 쇼핑 백이 그림자처럼 사라져버렸다. 현기증이다. 차에서 눈을 뗀 것은 2분 가량, 교회에서 나오다 골목 어귀에 세워놓고 길가의 무직 청년 한 사람에게 잘지키라 당부하고, 간이 식당에 뛰어들어가 차파티(밀가루로 손바닥 두 개크기만큼 둥글고 납작하게 만든 것으로 인도-파키스탄에서 들어온 음식) 한개를 움켜쥐고 나오는데는 결코 긴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그러고 보니 차를 맡길 때는 분명 한 녀석이었는데 차에 돌아왔을때는 세 청년이 차에 달라붙어 마실 것 사내라고 떼를 쓰지 않았나. 분명 셋이 한 조가 되어 하나는 내가 오는가 망을 보고 하나는 바람잡이를 하고 하나는 쇼핑백을 들고 내 뺀 것이 틀림없다.
차가 헐어 트렁크를 잠그는 장치가 고장이나 열어 둔 것이 문제였다. 돈이야 몇푼 안되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사업 계획, 일일 계획, 재정 지출 등등, 미처 컴퓨터에 넣지 못한 자료들을 어떻게 되살린단 말인가. 자꾸만 그 세명의 부랑아들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친다. 여하간 다시 차를 몰고 교회로 향했다. 혹 사무실에 두고오지 않았나 해서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임에 틀림없다. 내가 분명히 사무실에서 들고나와 트렁크를 열고 안쪽 깊숙히 손이 쉽게 닿지 않도록 넣은 것을 확실히 기억하는데…. 사무실을 향해 옮겨가는 발걸음에서 힘이 쑥 빠졌다. “사라진 것에 아쉬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기도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이런! 그 쇼핑 백이 내 의자 위에 그림처럼 앉아있지 않은가. 또 현기증이다. 무죄한 청년들을 범인으로 단정해버린 나의 무책임함에 하나님의 용서를 빈다.

주진국.케냐 통신원
jju7@j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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