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선교
사순절이 주는 의미
시기와 기간 보다 고난과 그 후의 부활의 영광 더 중요
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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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9 [02:0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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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동참 통해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 재확인 시기 Vs 사순절은 카톨릭 유산...오히려 고난주간이 더 큰 의미

 

 

교회력에 따르면 2020년 부활주일은 4월 12일이다. 기독교에서는 이날을 기준으로 40일 전을 보통 사순절이라고 부르고 부활절 이전 7일을 고난주간으로 지키기도 한다. 보통 가톨릭이나 성공회, 개신교 일부에서는 이를 고정된 교회력으로 여기고 40일 동안 금식과 기도 등으로 사순절을 지킨다.

 

반면 사순절 대신 부활절 7일을 고난주간으로 금식과 기도로 예수 고난을 함께하는 교회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간 것을 기리는 데 있어서 동참한다는 뜻은 같으나 시기를 놓고 약간의 혼동도 있어 보인다. 특히 일반 성도 중에서도 아직 사순절 또는 고난주간과 관련된 배경과 의미 등에 관해 이렇다 하게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사순절이 성경에서 콕 집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일종의 관습처럼,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기독교에서 예수 부활 전 40일간 고난에 대해 되새기고 지켜야 할 것들을 성도에게 가르쳐 온 것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아 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해마다 부활절을 앞둔 시기가 되면 일반 성도, 특히 기독교를 믿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도들은 과연 언제 어떻게 예수가 겪은 고난을 이해하고 그와 함께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이 같은 논란은 앞서 언급했듯 사순절이 성경에 지켜야 할 시기로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기독교 내에서도 개혁 신학에 뿌리를 두는 측에서는 그것이 성공회나 가톨릭의 고정된 절기라는 것을 이유로 사순절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특히 한국 대한예수교 장로회(합동)에서는 제84회 총회를 통해 사순절을 절기화 하기 않기로 결의를 할 정도로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예수 부활 전 고난에 관해서는 뜻을 동참하는 측면에서 사순절 대신 고난주간에 의미를 둔다. 이에 반해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기장, 감리회 등에서는 사순절에 대해 조금은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수 고난의 현장인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사순절을 지키고 있을까? 현지에서 사역하는 에스더 정 선교사는 “이스라엘에 사는 메시아닉 유대인들은 사순절보다 유월절을 그들의 주요 절기로 지킨다”고 말한다. 정 선교사는 유월절은 유대인들이 이집트 신왕국의 노예 생활로부터 탈출하게 된 사건을 기념하는 날로 유대인들에게는 일종의 광복절과 같은 날이다. 유대교와 달리 기독교에서 유월절은 공식적인 절기나 전례로 기념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대인들이 구원을 받고 해방됐다는 점에서 이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연결지어 진다는 점에서 점차 유월절 기간이 기독교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바뀌어 왔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미주 지역에서도 사순절의 의미를 되짚어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남가주 오렌지카운티 지역 장로협의회가 주관해 열린 ‘사순절의 역사와 신학적 의미’에 관한 세미나는 사순절에 대해 궁금해하는 지역 교회와 일반 성도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날 주 강사로 이상명 총장(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이 섰다. 이상명 총장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대 사순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 총장은 “사순절은 교회가 교회 공동체의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아는 기간이다. 즉 믿음 안에서 교회 공동체가 특별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요, 주님께 다시 한번 돌아갈 수 있는 기간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사순절 절정으로 수난주간 동안 교회는 새벽이 가장 가까운 때임을 알고 부활의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내 많은 개신교 교회들이 사순절 동안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순절에 관해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LA 지역 한 목회자는 “종교개혁자들이 외친 성경 가운데 규정한 것만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교회들이 사순절 등을 이유로 금식과 회개에 동참하자고 외치지만 과연 그것이 성경 어디에 나온 가르침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에서 지켜나가는 하나의 전통으로 보는 관점도 있는바, 개신교에서 이를 받아들임에 있어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이 중에서 공통으로 겹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예수 부활 전 회개와 금식과 같은 자기 고통을 통해 고난에 동참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사순절은 2월 26일부터 4월 9일까지 이어진다. 부활절 전 고난주간은 4월 5일부터 4월 11일까지다. 성도들은 자신이 속한 교회의 성향에 따라 40일 또는 부활절 전 주간에 회개와 금식을 통해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고 후에 부활의 은혜를 누릴 것이다. 어떤 특정 시기와 기간이 물론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믿는 자로서 더욱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은 예수의 고난과 그 후에 부활의 영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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