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특집
하마터면 교회에 열심히 다닐뻔...
황인상 기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20/01/14 [01:38]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교회는 성도들이 가진 방향과 속도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크리스찬투데이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흔히 회사 면접에서 많이 듣는 소리다. 근면, 성실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열심’이라는 단어는 때론 민족을 대표하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 ‘열심’이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예전엔 반복된 일상과 일정,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삶 속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해내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아, 창의, 효율 등이 부각되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열심히만 사는 사람들을 보는 관점,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되돌아 본 인생에 대한 회한이 고개를 들면서 ‘열심’을 보다 다르게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하마터면’이라는 시리즈가 인기를 끈다. <하마터먼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라는 책이 인기를 끈 이후로 사회 곳곳에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가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회사 다닐뻔’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공부할 뻔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운동할 뻔했다’ 등 종류와 분야도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핵심은 나태한 삶에 대한 동경도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한 부정도 아니다.

 

이 메시지는 나에게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마치 마라톤과 같은 인생에서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그렇게 계속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우리는 지금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연령대에 맞는 삶을 통해 마치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점점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20대에는 이렇게, 30대에는 이렇게…, 마치 정해진 그 방향대로, 어긋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왔지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갈 것인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남은 인생도 ‘하마터면’ 그렇게 살다가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열심’에 대한 이해와 행동을 바꾸고 있다.

 

▲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 것일까? 속도는알맞나? 이런 의문은‘열심히’살아온 인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도 ‘하마터면’과 같은 지금 나의 신앙 경주가 과연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이 느는 것 같다. 오렌지카운티에서 10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겼던 A자매는 최근 교회 출석을 잠시 쉬고 있다. 교회를 나가지 않을 뿐이지, 신앙과 믿음은 변치 않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교회 내에서 다양한 그룹장을 맡기도 했고 그 누구보다 성실과 봉사로 교회를 섬겼다. 그런데 회사 일까지 휴가를 내고 교회 일을 하는 어느 순간에 문득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하나님이 이렇게 하는 것을 좋아하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교회에서 찾기는 어려웠다. 교회로부터는 “기도가 부족하다”, “사탄이 그렇게 방해를 한다”라는 대답을 들을 뿐, A자매가 원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엔 충분치 못했다. A자매가 쉬면서 내린 결론은 “하마터면 교회 열심히 다닐 뻔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출석과 외적인 의미가 아닌 교회로부터 자신의 영혼 구원에 대한 새로운 눈뜸으로 보인다.

 

물론 교회를 위한 봉사와 헌신이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A자매와 같은 이들이 늘어난다면 교회는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신앙에 있어서 방향과 속도에 대한 의문이 든 이들에게 ‘기도가 부족하다’라거나 ‘믿음이 약해서’라는 무색무취한 답변은 오히려 상처를 주고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색깔과 의미가 있는 답변을 그들에게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김유비 목사가 말한 관계 전환과 같은 방법은 좋은 예가 된다. 김 목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나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내가 이렇게 하니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가 아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니까 내가 이렇게 해야지”와 같은 발상의 전환을 말한다. 교회들이 참고할만한 부분 중 하나다.

 

세상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방향과 속도에 대한 의문이 들고, 지난 삶 속에서 맹목적으로 ‘견디어’ 온 삶을 탈피하려는 시도는 비단 사회적 문제가 아니다. 교회와 신앙생활에 의문이 든 이들에게도 같은 질문과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들의 ‘열심’이 후회나 ‘견딤’으로 남지 않도록, 교회와 성도가 ‘열심’의 의미 속에 담긴 참뜻을 알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 된 게시물은 실명인증확인 여부가 표시되며, 실명확인 되지 않은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20.04.02~2020.04.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 실명인증
  • ※ 일반 의견은 실명인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