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아직도 점 보러 다니는 크리스천
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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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31 [01:3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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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기획으로 <점보는 크리스천>이라는 기사를 썼다.

 

연말연시가 되면 타운 내 유명한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그중에는 크리스천들이 많다는 제보에 따라 잠입 취재를 했다. 당시 기억으로 점쟁이는 목사를 비롯해 심지어 이름만 대면 아는 장로도 점을 보러 온다고 했다.

 

점을 보는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교회가 이사할 곳을 정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고, 심지어 선교지를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이도 있었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사정상 실명은 밝히지 못하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떨까? 아주 우연히 지인을 통해 타운 내 점집을 잘 아는 이를 만났다. 그 역시 크리스천이지만 개인적 친분이 있을 뿐 자신은 점을 보지 않는다고 먼저 운을 뗀다.

 

어쨌든 지금도 점집에 크리스천들이 많이 오느냐고 모른 척 물었다. 그는 내가 교계 언론에 글을 쓰는 사람인 줄 모르고 육두문자를 써가며 점 보러 다니는 크리스천에 대해 썰을 풀어 놓는다.

 

기사를 쓸 때나 지금이나 공통적인 것은 대체로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식의 혼사와 진로 역시 점을 보는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방향과 위안. 그것이 그들의 발길을 점집으로 모는 것 같았다.

 

물론 아주 소수의 이야기일 것이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점을 보러 다니는 크리스천은 없다. 그러나 소수라도 미신과 무당에게 미래를 의뢰하는 믿는자들이 있다면 그것은 그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우리들 모두의 책임이요 교회의 탓이다.

 

예수를 영접하고 그의 제자이자 아들로 따르기로 한 그 순간부터 우리의 몸과 영은 하나님의 것이고 그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 믿는자의 도리다. 교회는 이렇게 결심에선 자들에게 올바른 방향과 신념 그리고 하나님이 예비한 것에 관한 강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잘 이끌어야 한다.

 

지금 교회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편치 않음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는가? 성도들이 가진 고민에 대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기독교에 대한 다양한 비난과 저질스러운 표현은 아마 교회가 이 시대에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물론 훈련도 잘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신실한 기독교인을 양성하는 교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교회 성도들은 절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자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름만 대면 아시는 분들이 다니는 교회도 프로그램이나 훈련이 약한 교회가 아니었다. 결국 교회마다 등잔 밑이 어둡고, 훈련이나 시스템이 아닌 진짜가 무엇인지에 대해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점보는 크리스천의 발길을 붙잡도록 교회가 시대의 등불이자 구원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분께 의지하는 미래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가길 기대해본다. 그런데 씁쓸하지만 아마도 내년 초에 이와 비슷한 기사를 다시 쓸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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