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어둠 저편에서
김송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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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17 [05:3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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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사무실에 밤손님이 방문하였다. 전기, 전화, 인터넷과 경보시스템을 계획적으로 절단하고 침입을 시도하였다. 주일 오후 여섯 시,상 파울 유명 전화국 차량이 먼저 와서 모든 선을 절단하고 갔다. 그리고 외부보안 시스템회사와 연결하는 경보기 밧데리가 방전하도록 6시간을 기다린 후, 새벽 1시 10분, 6명의 조직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도착하였다. 두사람은 사거리에서 두 사람은 반대 편에서 망을 보았다.

 

나머지 두 명의 조직원이 가지고 온 장비로 출입문을 뜯기 시작하였다. 경찰이 10분 만에 도착하여 계획은 수포가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길 건너 이웃이 처음부터 창틈으로 내다보며 촬영을 하고 모두 기록을 한것이다. 새벽시장으로 장사를 다닌다며 자신을 소개하고 사진과 기록물을 내어주며 지켜본 상황을 꼼꼼히 설명한다. 경찰을 부르기까지 볼리비아인 가족이 얼마나 숨을 죽이고 가슴을 졸였을지 가늠을 할 수 없다.

 

무서운 세상이다! 두 달 전에는 무단 침입은 하였지만, 전쟁경보음처럼 요란한 알람 때문에 그냥 도주하였었다. 그래서 이번엔 단단히 작정을 하였던가 보다. 도로 사방에 설치되어 있는 CCTV도 겁내지 않는다. 살얼음을 걷는 듯한 각박한 시절이지만, 천군 천사처럼 동원된 고달픈 이웃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적요한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아울러 풍랑가운데서도 늘 함께하시는 주를 보게 하시니 감사할 일이다.

 

이생의 광야를 지나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주안에서 담담히 바라보며 요동하지 않지만, 나는 참 겁이 많은 아이였다. 한낮에도 학교 화장실이 무서웠고, 집 앞으로 이어지는 면소 모퉁이 길에 인적이 드문 것이 싫었다. 땅거미도 내리기 전에 일찌감치 방으로 숨어들었다. 그것은 다 자라서까지 계속되었고, 가족들은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라고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정말 답답하고 난감했다.

 

그토록 오금 저리게 하는 두려움의 실체를 딱히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두막 길목의 행상(상여) 집에서 밤마다 운다는 산발한 귀신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수백 년 묵은 집 앞 아카시아의 지킴이라는 구렁이가 칭칭 감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없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자식들이 태어나서도 어두움만 내리면“전설의 고향”이 시작된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스멀거리고 머리털이 쭈삣거렸다. 혼자는 아래층 주방으로 물을 가지러 가는 것도 싫었다.

 

엄마도 남편도 형제들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라고 하였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랜 세월을 시달렸다.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나는 서서히 자문하기 시작했다. 형체도 없이 무의식세계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주변에서 무심히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들일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동무들과 함께 들었던 “민담”들이 흘려보내지 못한 사람에게 옹골지게 자리를 잡고 흔든 것이다.

 

사고형 인간으로 형성되어 가며 무엇이든 골똘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게 혼자도 소스라치던 새가슴이, 잔인한 인간사를 통하여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아픈 경험을 하였다. 긍휼함이 배제된 날 선 언어들은 “심판 주”보다 무서운 정죄의 돌을 던지고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 빛의 자녀들을 삼켜버린 어둠은 우는 사자처럼 사실무근인 소문을 타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단의 강으로 흘렀다.

 

영혼을 도적질 당한 사람들의 과녁을 벗어난 파편들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몰랐다. “사람이 정말 무서웠다!” 어둠 저편에서 나를 부르는 음성이 들릴 때까지 몸서리를 쳤다! 허우적거리는 수렁으로 하늘 문이 열리고 조요 한빛이 어리었다. 다함이 없는 인자와 긍휼로 티끌 같은 영혼을 덮으시는 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진리의 빛을 따라 주님의 깊은 곳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기 시작하며 나를 얽매던 올무가 풀어지고 음울한 그림자들이사라졌다.

 

새날이 도래한 것이다! 세상도, 인생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는 당찬 몽돌로 새롭게 빚어 주셨다. 그늘진 심령에 등불을 밝혀 주시고 찬연한 주님의 빛을 발하도록 복락의 강수를 마시게 하셨다. 이 놀라운 은총의 때를 위하여 척박한 마음 밭을 기경하실 고달픈 시간의 경륜이 필요하셨을 것이다. 초연이 뒤돌아보게 하시는 간 세월 가시밭 길도, 구절초 향기처럼 은은한 임의 사랑이 아롱진다.

 

오늘도 세상은 흉흉한 소식들이 난무하고 군중심리의 모진 바람이 사방에서 불고 있다. 누군가는 도마 위에 올린 물고기처럼 난도질을 당하고, 무자비한 정죄의 언어들은 비수처럼 날아다니며 억울한 앙가슴에 꽂히지만, 낙망하지 않는다! 어둠 저편에서 보시고, 아시고, 손 내미실 주가 계시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주님의 손길이 머무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고 소망이 가득하다! 할렐루야 아멘!

 

 

▲ 김송자 선교사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 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년>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 등 총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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