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인생의 정답
김송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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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8 [08:5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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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이란다. 그리움을 소환하는 날인가 보다. 골돔던 고향산천이 달덩이처럼 휘영청 떠오른다. 아련한 이름들을 기억 속에서 건져 올리며 골육지친도 떠나고 없는 고향 집 뜨락을 서성인다. 귀뚜라미 우는 밤, 밤송이 툭툭 터지는 산자락마다 빨갛게 여무는 돌감들이 아른거리고, 단풍으로 옷 갈아입는 금단 골 잎새들의 노랫소리가 귓전에 사각거린다.

 

엄마의 날렵한 손길에 가지런히 쌓여가던 송편들이 모락모락 김이 올라 반질거리던 그 날이 하룻밤 꿈길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돌아가 본들 반길 이 하나 없지만, 아름다운 추억만으로도 마음을 쉬게 하는 아늑한 곳이다. , 언젠가는 님의 손 꼭 잡고 그 동산 아래로 돌아가 세월 저편에 묻었던 꿈을 펼치며 장다리꽃 피는 들판을 걸을 것이다.

 

상념은 시나브로 넘나들지만, 이제는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다! 옹기 항아리 같은 마음에 숨어든 임으로 인하여 모두 가득하다!고백하며 달그락달그락 조심조심 삶의 예배를 시작한다.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 뜯어온 나물을 조물조물 무치고 고소한 전을 부치며 주님 정말 행복합니다이 복된 시간을 허락하신 한량없는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지 알지 못하나, 이 즐거움을 돌려주시기 위하여 부르시고 기다리셨던 님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세상이 알지도 못하고 줄 수도 없는 평안, 이 놀라운 축복을 누릴 시간은 얼만큼이나 허락하셨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하루하루를 당신과 더불어 차지게 살겠습니다. 그렇게 새벽을 깨우고, 이슬에 젖음도 아랑곳하지 않는 벌새처럼 손길 분주한 은혜로운 새날이 열린다. 오늘을 주심을 감사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자식들이 있음을 감사하며, 도시락마다 다하지 못하여 미안했던 마음을 소담스레 담으며 용서를 구한다.

   

간 세월 뒤돌아보면 자식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것이 많다!  장성하여 집을 떠나도록 까지 대단한 일 하느라?” 늘 분주했다. 내 열심이 탱천하여 매 순간 누려야 하였던 허락하신 분복을 놓쳐버렸다. 그것은 주님을 기쁘게도 영화롭게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부재중인 엄마의 빈자리를 늘 당신이 채워 주시고 헛헛하였을 마음들을 친히 붙들어 주시어, 허물진 어미를 원망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게 하셨다.

 

몇 달 전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외식으로 엄마의 건강을 해친다며 둘째와 막내가 합작으로 만든 도시락을 내밀었다.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반찬이 어설프고 입에 맞지 않았지만 그 효심에 감격했다. 그리고 며칠 후 새벽기도를 쉬고 부산 거리는 주방으로 내려가 보았다. 사방으로 주방 도구와 양념통이 널브러져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가며 만들고 있는 엉성한 포스가 눈물겨웠다.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였느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음날부터 엉금엉금 기어오는 미명을 맞이하며 자식들의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요한 심령으로 복에 복을 내리신 주님을 찬양하며, 자식들의 영혼을 주님의 손에 올려 드리고 전심으로 축복하며 즐겁게 삶의 새벽예배를 드린다. 때로는 참회로, 때로는 감사로 가슴이 뭉클해져 울먹이기도 하지만, 새 하늘이 열리고 새 땅을 맛보는 시간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내 도시락을 싸셨던 길 떠나신 엄마, 입맛이 까다로운 늦둥이를 위하여 매일 새벽잠을 설치셨을 것이다. 반찬 투정은 물론 정성껏 만드신 것을 싫다며 집에다 두고 가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몸이 약한 여식을 위하여 간구하셨을 애절한 마음을 헤아리는 날은 참회로 얼룩지고 그 이름을 부르기도 송구하다. 박꽃 같이 순전한 어머니의 기도와  눈물이 생명 수 마중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토록 허물진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들이 한없이 고맙다. 부끄러운 이 사람도 다음 세대가 마실 생명 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엄마표도시락을 만들며 주의 자비를 구한다. “예배자의 삶!”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복된 자의 삶이다. 이 복된 시온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구할 때면 그리운 이들의 환한 미소가 달덩이처럼 하늘에 걸린다.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다. 그러나 주님으로 즐거워하고 기쁨이 충만하니 행복하다! 주님 주시는 신령한 기쁨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복에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늘 함께하시니 은총이 가득하다. 꽃이 피는 것도 꽃이 지는 것도 아름답고 존귀하다. 비록 빈들에 핀 이름 없는 풀꽃이지만, 허락하신 분복을 받아 누리며 주님으로 행복하다!” 고백하는 나는 인생의 정답을 찾았다.

 

 

▲ 김송자 선교사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 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년>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 등 총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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