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적막강산
김송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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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22 [02:0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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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하여 열려있던 문을 닫고 하루 또 하루를 당신으로 살아내며 적막의 강을 건너오는 따스한 음성을 듣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계가 보이고 천상의 노래가 들립니다. 예배당으로 가는 숲길을 걸으며 솔바람에 실려 오는 임의 향취를 누리고, 간지럼을 태우는 햇살에서 님의 손길을 느끼며 마른 나뭇가지가 드리는 생명의 노래를 화답합니다.

 

죽은듯한 고목의 뿌리들이 운치 있는 분재로 변하여 꽃눈을 틔우면 고즈넉한 동산을 거니시던 조요한 모습을 그려봅니다. 내가 잃어버린 그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당신 손을 잡고 거닐고 싶어 하던 해변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겠지요. 그 동산으로 나를 이끄시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참담함을 묵상하면 일상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게 됩니다.

 

내 삶의 자리가 치열한 고독의 적막강산인줄 알고 홀로 힘들어 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곳이 존귀한 임의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는 언약의 하마콤이었습니다. 억압된 심령의 문지방으로 스며드는 생명 수가 메마른 영혼의 발목으로 차오를 때 다함이 없는 님의 사랑을 품고 무릎을 지나 허리를 차오를 때 그리하셔야만 하였던 애달픈 심중이 보였습니다.

 

지루한 나의 외로움은 님의 깊은 곳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였고, 질척거리던 서러움은 생명 수로 채우지 못한 헛헛한 영혼의 해갈되지 않는 갈증이고 몸부림이었습니다. 숨통을 조이던 막막한 상황들은 척박한 마음 밭을 기경하는 치유의 손길이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도록 불어오던 모래바람은 상처의 쓴 뿌리를 뽑아내는 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은혜입니다! 옹이 진 가지마다 봄빛을 머금은 후에야 비로소 열린 하늘이 보였습니다. 영혼의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니, 고요함 속으로 별들의 속삭임이 들리고 풀꽃들의 소박한 경배가 이른 비로 내리는 은혜로 젖게 하였습니다. 이름 모를 산새들이 창공을 아우르고 마른 잎새들이 사각거리며 돌아가는 생의 구비가 그윽하고 촉촉한 이끼들의 내음도 싱그럽습니다.

 

이제 온 우주를 품은 듯 가득합니다. 채우지 못하여 허전했던 가슴의 빈자리도 긴 그리움의 끝도 당신이었습니다. 꽃이 핀다고 꽃이 진다고 깨알처럼 적어 심중에 묻어야 했던 편지들의 수취인께서 친히 답장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부르시는 빈들에 앉아 한 포기 한 포기 사랑의 꽃을 심고 상한 가지들을 싸매며 아가의 동산을 가꾸어 갑니다.

 

잠긴 동산의 문을 열고 봉한 우물을 열어주시며 풋풋한 생명의 향연을 펼치는 발자취를 따라가며 음미하는 은총은 각별합니다. 물 덴 동산의 아침처럼 싱그러운 삶의 예배를 열어가도록 허락하시는 하루하루는 이 땅에서 누릴 분복이고 본향의 실체를 가늠하는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 나는 이 아름다운 소망의 항구로 진작 돌아오지 못했을까 아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다시는 뒤 돌아보지 말자 다짐합니다. 바위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숨은 멧비둘기 같은 인생이지만,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신비로운 복락이 졸졸 흐르는 이곳에서 오직 주만을 사모하는 에덴의 신부로 다듬어갈 것입니다. 겨자씨만 한 믿음일지라도 왕이 오시는 시온의 대로를 열어두면 세상 그 무엇도 신비로운 이 언약의 고리를 끊지 못함을 알았습니다.

 

흙을 고르고 나무를 심으며 사랑하는 이의 음성을 듣습니다. 고요한 중에 임하시는 임의 숨결은 지친 영혼을 쉬게 합니다. 만물이 드러내는 창조주의 위엄과 존귀한 영광의 광채로 모든 어두움이 물러갑니다. 삶이 어떤 모양으로 다가오던 미천한 자를 위로하시는 당신으로 행복합니다. 나의 가는 길이 망망대해라 하여도 바다 위에 터를 세우신 주가 항해자시니 두려움도 없습니다.

 

적막강산에서 기다리신 당신은 나의 시작이고 끝이며 영원한 기쁨이고 안식입니다.  할렐루야 아멘!

 필자 소개

 

▲ 김송자 선교사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 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년>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 등 총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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