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나, 다시 살아도
김송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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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4 [07:1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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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밟고 넘어진 듯한 세월이 수없이 머물다 간 후에야, 눈동자에 어린 초롱 한 새벽 별을 보았다. 지나 본 적이 없는 가파른 여정은 숨 막히도록 치열한 고독이었다. 가끔은 황망한 밤길을 걷고, 때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표류하였다. 소용돌이치는 굽이마다 처절하게 부서지고, 참담하게 깨어졌다. 죽음 같은 절망이었고, 부활의 소망이었다.

 

이 거친 세상 바다로 나를 불러내시어 억 겹의 허물을 벗기시고, 바다 위에 터를 세우신 당신의 실체를 보여주셨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앞길을 가로막는 홍해를 가르시며 내 앞에서 행진하셨다. 내 영혼 갈 바를 몰라 어둠속에서 헤맬 때, 임은 내 발등의 등불이 되셨으며 길이 없는 곳에선 친히 길이

되시고, 사막에서는 생명 샘으로 열리셨다.

 

맨발로 걸어가는 가시밭길에도, 홀로 건너는 눈물 강에도, 죽을 것만 같았던, 지옥의 끝자락에도 주님께서는 함께하셨다. 가시밭길에선 친히 맨발로 걸으셨고 눈물 강에선 임이 대신 우셨다. 지옥의 끝자락에서는, 영원히 지지않을 불멸의 꽃으로 가꾸셨다. 내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은 자리엔, 당신으로 채워주시고 보상해주시며, 외로움 골 깊은 침묵의 적막강산에서 잠잠히 기다리셨다.

 

다함이 없는 사랑으로 나를 흐르는 님의 외로움을 알 것 같다. 내 눈물이 얼마나 주님의 큰 아픔이었는지 말이다. 살기 위한 방편으로 처절하게 매달리던,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본다. 이 광야 끝자락까지, 허다한 허물을 안고 돌아온 심령을 책망치 않으시고 상처의 쓴 뿌리, 죄의 쓴 뿌리를 뽑아 주시고 싸매 주셨다. 새벽 날개를 펴고 바다 끝을 날게 하시고 은밀한 중 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며, 모든 만물 가운데서 당신을 발견하게 하셨다.

 

“나, 다시 살아도 이 삶을 살 것이다!”

 

미명에 마주하는 님의 사랑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고 은총이었다. 날마다 속삭이는 그 음성을 따라 나는 하늘을 날았다. 부질없는 내 노래를 기뻐하시는 주님의 손을 잡고 동행하는 소풍 길은 영원한 기쁨을 누리는 복락의 강이었다. 하늘의 문이 열리고, 태곳적 신비가 풀어지며 임으로 피고 지는 풀꽃이 되었다. 잎새마다 초롱 한 님의 등불을 밝히시고, “참”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하셨으니 부러운 것이 없다.

 

그대만으로 충분하다고 고백하며 하늘 강, 여울에 앉아 사십 년 광야를 반추하였다. 돌아가 본 자리마다 부끄러움으로, 상처로 아픈 흔적들이다. 때로는 휘모리장단에 춤을 추고, 눈물 강에서 자맥질하며 깊은 한숨으로 곤두박질하고 휘청거렸다. 나보다 나를 더 아파하시며 나를 이루어 가시는 주님의 눈물 때문이다. 세월 강 저편에서 내가 나를 잃어버려도 주는 나를 잊은 적이 없다. 인생의 모래바람이 부는 날은 천군 천사를 보내셨고, 내가 주저앉을 땐 그 품에 안고 가시밭길을 걸으시며 새벽 별로 비추셨다.

 

밧단 아람의 고달픈 삶을 살아내고 얍복 강나루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마주하였던 야곱처럼, 나의 광야를 살아 내게 하신 주님의 은총을 헤아린다. 이제 눈을 들어 주님의 영광을 보고 마음을 드려 주님을 노래하며 주님만을 갈망하는 기적을 산다. 모두 주님께서 옳으셨고 합당하셨다. 그 길을 걷지 않고는 결코 이르지 못할 자리였다. 이제 확연히 보인다. 남편의 뼈아픈 희생은 주님의 깊은 곳으로 나가도록 놓아준 징검다리였다. 예수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덧입고, 지성소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하나님 아버지의 얼굴을 뵙도록 까지……

 

모두가 은총이다! 고난도 슬픔도, 나를 나 되게 한 하나님의 은혜다. 오늘도 말씀의 강으로 은혜의 강으로 나를 흐르는 주님은, 천 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천년 같이 내 영혼을 뽀얗게 씻기시며 그리스도의 신부로 빚어

가신다. 나 이 제도,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브니엘을 지난다. 아나톨레의 문을 열고 아침햇살처럼 임하시어 영광의 날개를 펼치실 것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영원무궁토록 생명수 강으로 이끄시는 주님과 함께 잃어버린 에덴, 영원한 기쁨으로 간다. 할렐루야! 아멘!

 

필자 소개

 

▲ 김송자 선교사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 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년>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 등 총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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