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그리움의 강
김송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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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6 [08:2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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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토요일 아침 뭉게구름 사이로 아련한 그대 모습이 너울너울 펼쳐집니다. 그대로만 충분하고 가득한 날이기를 바라며 조용히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그대를 발견하고, 차오르는 임의 숨결을 다스리며 부질없는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긴 세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시니 그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 없지만, 날이 갈수록 사무칩니다. 

 

기다림, 농익은 심중으로 기별 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해갈되지 않는 갈증인가 봅니다. 무시로 찾아와 여물지 못한 심령을 흔들어서 그리다가 부르다가 가슴 찬 눈물샘을 열어 놓습니다. 울컥울컥 곰삭은 설움을 퍼내며 감춰둔 심층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릴지, 내가 무엇으로 그대를 영화롭게 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습니다만, 뒤돌아보면 내 열심으로 충만한 어리석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문득 그대 앞에 서면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점점 가슴을 조아리게 하는 생각입니다. 빈번하게 넘나드는 생각을 마주할 때마다 콩알만 해진 앙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어쩌면 오직 한 가지만 바라고 계셨을 듯합니다. 나의 허물을 저울질하지 않으시듯 내 수고의 대가를 기다리며 계산하고 계실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갈망하고 기다리신 님의 한가지 소원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난 아직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변방을 떠돌며 기웃거리던 자에게 말미를 주신 당신은 내가 건너지 못하는 강을 흘러가자 하십니다. 더 낮은 곳으로 함께 흐르며 말간 조약돌처럼 다듬어주시려는 그 깊은 뜻을 이제 알겠습니다.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절묘한 사랑의 신비로움에 빠져듭니다. 사랑한다는 말,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단어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빛바랜 조문같이 허접스럽게 난무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당신을 사랑한다 고백합니다. 들풀 같은 사람이 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를 향한 이 사랑이 자라고 성숙해져서 훗날 당신을 만나면 오롯한 마음으로 피운 꽃 한 송이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허물투성이이지만 이 꿈이 깨어지지 않도록 가꾸어 가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삶의 수많은 모래바람과 거친 돌들 틈에서 모난 심령이 다듬어지고 조금씩 단장이 되어 가는 듯합니다. 

 

기가 막힌 웅덩이에 빠진 듯 하였던 제련의 시간은 넓고 깊은 주님의 강으로 들어가는 축복의 통로였습니다. 치열한 고독과 아픔이란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듯 하였지만, 그 어떤 아픔도 십자가의 아픔보다 크진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상황과 형편에 얽매이지 않고 매 순간 “오직 그대만으로 충분하다” 고백하며 어려움을 딛고 걷는 법을 배워갑니다. 어린아이처럼 뒤뚱거리지만, 내 영혼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느껴지고 위로의 음성이 들립니다. 

 

마른 광야를 지나 당도한 그대 강 나루턱에는 나를 위하여 매어두신 거룻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그 강에서, 억울함도, 슬픔도, 마르지 않을 것 같던 내 눈물도 아침 안개처럼 걷히고 오직 당신만 보였습니다. 풀 한 포기, 구름 한 점, 지천으로 널브러진 잡초까지 당신을 노래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만물이 드러내는 존귀한 님의 향취로 야속하다 원망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바라보시는 그윽한 눈길이 아득했습니다. 

 

굴곡진 삶의 자리에 닫힌 동산을 열어주시고 묵언의 대화가 시작되던 날부터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원천의 샘이 열린 듯 살아계신 말씀이 길을 열어 가심이 보였습니다. 그 길은 많은 사람이 가지 않는 좁은 길, 세상도 인생도 감당하지 못하는 크고 비밀스러운 길이었습니다. 그날 그곳에서 만나자시며 값없이 뿌려주신 언약의 씨앗을 품고 그대에게 가는 길은 즐겁고 행복한 여정입니다. 가난한 심령이지만, 오직 그대만으로 피운 꽃 등불을 밝히고 싶습니다. 

 

티끌 같은 사람을 품에 안으시고 가시밭길을 걸으시며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셨습니다. 치열한 광야를 지나며 사사로운 감정을 벗겨주셨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어설픈 내 사랑도 여물어 갈 것입니다. 홀로 빈들로 빈 산으로 가셨던 님의 마음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모든 것이 점점 확연하게 다가옵니다. 다시는 이 멍에 저 멍에를 둘러메고 광야로 사막으로 떠돌지 않겠습니다. 오직 주님의 온유한 멍에로 차고 넘침을 알았습니다.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심령이지만 그토록 바라시는 내 “오롯한 중심”을 올려드리고 싶어 날마다 더욱 간절히 바라고, 찾고, 구합니다. 차마 보여드리기도 부끄러운 비천한 영혼이지만, 당신으로 온전히 물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긴 기다림의 끝에서 우리 만나는 날, 영원히 지지 않을 사랑의 등불을 밝힌 신부가 되고 싶습니다. 그대 앞에 서는 그날까지 맘 깃을 여미고 건너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강은 임으로 잠잠이 흐르겠습니다. 

 

필자 소개

 

▲ 김송자 선교사     ©크리스찬투데이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등 총 6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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