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보통 미국인들의 생활의 여유로움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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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3 [14:3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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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교회에 나와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은 예배 처소가 없어서 집에서 교회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9년 동안 한 교회를 섬겨오면서 지금까지 그런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지난 달 교회가 새 장소로 이사 하므로 다시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새 교회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사무실은 창가에 있는 작은 방입니다. 33년 동안 교회로 사용했던 건물은 큰 대로변에 있었고 극장 건물이었기에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에도 창문이 없어 항상 어둡고 답답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허락받은 공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한가한 주택가 길 가에 있어 다른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창가로 오가는 차량은 물론이요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만 걷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개를 앞세우고 한가롭게 시간을 즐기며 걷는 사람들도 자주 봅니다. 교회가 위치한 길가는 차량이 많은 분주한 도로가 아닙니다. 주택가 도로이기에 비교적 한산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창가 도로 변에 차들이 2-30분씩 쉬어가는 것이 자주 목격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한 것은 차에서 내릴 때 그냥 내리지 않고 작은 가방들을 한 두 개씩 들고 내리는 것입니다. 돌아올 때는 빈 가방에 무언가를 채워가지고 돌아갑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그런 광경을 보게 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먼발치에서 차에서 내려 작은 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분들이 교회 옆 한가한 길에 차를 세우고 가는 곳은 마켓이었습니다. 

 

Trader Joe's 일명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마켓입니다. 필자도 걸어서 5 분 거리에 있는 그 마켓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놀란 것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 반하여 손님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대형 한인 마켓의 1/4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파킹장도 그리 넓지가 않아 손님들 중에는 주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이 되는 것은 마켓 근처에도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불락 약 300여 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우리 교회 앞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것입니다. 갈 때는 그렇다지만 물건을 사가지고 올 때는 무거운 것을 들고 옵니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 볼 때에 그런 미국인들의 일상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쁜 시간에 왜 저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양손에 무거운 것을 들고 힘들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Trader Joe's를 방문해 보니 주차장이 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기다리면 차를 얼마든지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아니하고 먼 거리를 힘겹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 주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여유로움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들처럼 시간에 쫓겨 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즐기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 여유로움을 통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오고 가면서 건강도 챙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그런 여유로움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항상 분주하게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행동하려 했습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늘 쫓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마켓을 갈 때도 할 수 있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려고 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주차 공간이 생기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먼저 세우려 했습니다. 속된 말로 빨리 빨리 그리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잘 사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서 세상을 사는 방법을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합니다. 주일 교회에 와서도 좋은 자리, 가까운 자리에 주차하는 것이 당연한 나의 권리로만 생각하던 것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그렇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하여 좋은 자리를 배려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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