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특집
“22번 FWY 주변이 살아날 조짐”
타인종 보듬는 한인교회들...한인회관 건립 후 주변 상권 재부팅
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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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30 [10:3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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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한인 이민 역사 속에서 22번 프리웨이 ‘캘리포니아주 루트(STATE ROUTE) 22’는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닌다. 본지 창간 22주년을 맞아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인 교회의 모습을 취재하는 데 있어서 22번 프리웨이는 기사를 시작하는 중심이 되어야만 했다. 이 길과 인접한 산타아나, 애너하임, 가든그로브, 그리고 웨스트민스터라는 도시는 이 지역 한인 이민 역사는 물론 한인 교회를 통한 복음의 씨앗이 내려 싹튼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 이 지역 한인 교회들의 모습을 담기 전에 기자는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한인들이 이제 이 지역을 빠져나간다고 하던데, 교회들이 대부분 힘들겠구나. 너무 지루하고 뻔한 이야기를 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22번 프리웨이를 내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엔 대단한 반전이 숨어있다. 

 

▲ 지역 한인 교회가 가진 안타까움과 발전 방향에 대해 말하는 전인철 목사.     © 크리스찬투데이

처음 찾아간 곳은 가든그로브 코리안 디스트릭에 자리한 OC 생명의 말씀사 서점이다. 이곳에서 만난 전인철 목사는 대뜸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 처음 생긴 한인 교회가 어딘지 아느냐?”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애나하임 장로교회가 이 지역에 처음 복음의 씨앗을 내린 교회라고 말한다. 

 

전 목사는 19년 전부터 이곳에서 한인 기독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가든그로브 지역은 한인들에게 있어서 비즈니스의 중심지와도 같았다고 한다. 비치와 브록허스트 길 사이에 자리한 한인 상권의 성장은 주변으로 지역 교회의 성장과도 연결이 됐다. 그러나 한인들이 점점 오렌지카운티 북쪽 풀러튼 지역 또는 남쪽으로는 어바인에 이주하다보니 이 지역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특별히 한인교회들이 안고 있는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다고 한다.

 

“22번 프리웨이가 참 이름이 좋지요. 투투. 즉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이 지역은 한인 젊은층들이 빠져나가면서 시니어들이 강세를 보입니다. 또 하나 교육 문제입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교회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전 목사는 이어 지역 한인들이 타인종을 품는 것에도 이제는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든그로브는 주변으로 거대한 베트남 타운을 끼고 있다. 한인들이 줄고, 타인종 유입이 많은 현실. 지역 내 교회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을까. 

 

22번 프리웨이 남쪽 웨스트민스터시에 자리한 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오래된 교회 중 하나다. 현장 목회로부터 지역의 현황을 듣고 싶어 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역사를 증명하듯 다소 나이가 들어보이는 외관을 갖췄다. 그러나 목회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젊은 목회자가 반긴다. 

 

▲ 지역 내 베트남 교회를 돕는 사명을 다하겠다고 하는 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 김종규 목사. 

김종규 목사는 이 교회 3대 담임목사로 지난해 10월 부임했고 지난 3월 24일에 이임식을 거쳤다. 어찌보면 젊은 목회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이다. 하지만 김종규 목사는 교회와 지역 복음화를 향한 확고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생존이냐 아니면 확장이냐를 놓고 고민을 했을 때 확장에 비전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에 대한 전략을 교회 내부와 외부를 향해 세웠습니다. 시니어들이 남은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하면 주님과 함께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잘 섬기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어덜트의 경우는 이제는 이민자가 아닌 하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쪽에 중점을 두고, 유쓰의 경우는 선교적 일꾼 양성에 목표를 두고자 합니다.”

 

김 목사의 교회 내적 전략 중 시니어 그룹 섬김과 관련해서 교회는 시니어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리 교회가 왜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그것은 인접하고 있는 베트남 커뮤니티를 향한 복음 전파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하게도 현재 교회건물에서 오후 예배를 드리는 베트남 교회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교의 성공 전략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봅니다. 교회의 비전 스쿨을 통해 지역 타인종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성탄절에는 프리스쿨 아이들이 준비한 장기를 예배 전 공연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때 한국어, 영어, 그리고 베트남어 동시통역으로 타인종 부모들이 함께 예배도 드렸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앞으로도 베트남 교회와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는 이 지역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인 베트남 및 중국권 선교에 대한 좋은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부분이 22번 프리웨이 인근에 자리한 한국 교회들이 풀어가야 할 공통된 숙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에서 오래된 교회를 통해 가장 젊은 심장을 느낀 것 같다.

 

▲ 한인 사회의 중심점. 다시 돌아올 수 있는고향의 중요성을 말하는 오씨 한인회 김종대회장.

그런데 이 같은 느낌은 가든그로브 지역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엿보인다. 최근 이 지역은 베트남계 상권이 차고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한인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최근 두 가지 눈에 띄는 움직임으로 인해 활기찬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첫째는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회관 건립이다. 이와 관련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김종대 회장은 회관의 상징과 의의를 설명한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가 지난 1979년에 시작됐는데 이번에 오씨 한인회관을 새로 지을 때 지역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가든그로브 지역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곳은 우리의 고향이다. 자녀들이 떠나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고향말이다. 그래서 이곳을 지키기로 하고 한인회관을 세웠다. 그러자 주변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인회관이 생기고 트레픽이 늘어나면서 주변 한인상권들 역시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이들도 생겼다. 만약 오씨 한인회가 이 지역을 떠났다고 하면 어떻게 됐을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은 본래 한인회가 있던 건물 바로 옆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도서관과 카페는 물론 강당도 갖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왕래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한인회관을 중심으로 활기가 돈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가든그로브 시의회가 최근 이 디스트릭을 코리아타운으로 이름을 바꿀 것을 7대 0이라는 압도적이라는 숫자로 통과시켰다. 그 때문에 오렌지카운티에서 유일하게 한인타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바로 이 가든그로브가 됐다.

 

▲ 오렌지카운티 내 건강한 교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OC교협 이서 회장

이민 사회에서 커뮤니티의 부흥은 곧 교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직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 여전히 이 지역 교회들이 당면한 과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인들이 빠져나가 가족들로만 가정교회를 세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렌지카운티교회협의회 회장 이서 목사는 지역 내 교회들을 위한 교협의 역할을 말한다.

 

“내 교회 말고 교회가 커뮤니티 그룹과 연합해서 그리스도의 영향을 나타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또한 교협에서는 지역내 교회들이 같이 돕고 공유할 수 있는 일들에 목적을 두고 싶다.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교협의 방향이다”

 

22번 프리웨이를 타고 떠나는 발걸음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꺼져가는 불씨가 새롭게 솟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인들이 남긴 발자취를 지켜가려는 노력과 인접한 타인종 선교에 눈을 뜬 교회들의 모습에서 그 같은 불씨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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