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표기봉 목사님을 생각하면서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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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8 [05:1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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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기억에 새로워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분도 있는가하면 생각이 될 때마다 나쁜 감정을 가지게 하는 분도 있습니다. 표기봉 목사님은 전자에 해당하는 분이십니다. 표 목사님과는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한 교단에 속해있기에 서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으며 매년 총회 때가 되면 만나서 인사를 주고받는 정도로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대도 그 분의 이름이 가끔 뇌리에 반복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교단 개혁을 위하여 함께 일하던 지역 노회 대표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교단 신학교문제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교단 산하 5개 노회가 본국 총회에 신학교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는 헌의안을 올리게 되자 당사자인 C 목사가 해임 안을 총회에 상정한 5개 노회의 노회장과 서기 10인을 상대로 4천만 불의 손해배상 소송을 한 것입니다. 소송을 당한 10분의 목사님들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소송을 당한 10명 중에 필자도 속해 있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러한 문제로 세상 법정에서 그렇게 엄청난 액수인 4천만불짜리 소송을 당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생전 처음 당해본 일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한 때에 표기봉 목사님이 소송 당한 10분을 좋은 식당으로 초대했습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고급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시만 해도 그런 비싼 음식을 접하기 어려운 때였습니다. 귀한 식사를 대접한 후 같은 자리에서 표 목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교단을 위한 일로 어려운 문제를 당한 것을 진심으로 위로 하신 후 이어서 하는 말이 우리 모두를 놀라고 화나게 했습니다. 이어지는 말은 이러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소송에서 여러분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집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맛있게 먹었던 입맛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놀란 눈으로 표 목사님을 응시하면서 왜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기 위해 귀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금번 소송에서 여러분이 질수 박에 없는 이유는 여러분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거짓말을 능사로 하는 것만 아니라 재판에 필요한 가짜 서류도 얼마든지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가 당한 일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싸워서 이기지 아니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당한 소송은 다른 사람이 대신 싸워주지도 아니하며 우리 스스로 싸워 이기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는 각오를 가지게 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소송 액수를 4천만 불로 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송 당한 액수가 천만 불 단위가 되면 소송을 의로 받는 변호사의 수임료가 기본적으로 5만 불 이상 일시불로 지급하지 아니하면 소송을 맟지 아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하여 로스앤젤레스 법정 건물을 여러 차례 드나들어야 했습니다. 미국의 판사 앞에 몇 번 서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법 제도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긴장 속에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사법 제도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임을 배우게 되었고 더 놀라운 것은 미국을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흔히들 말하길 미국은 법치 국가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체험으로 이해하게 된 것은 미국의 판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예리하고 판단력이 뛰어남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자주 들어온 말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그 말이 해당되지 않는 다른 것을 배우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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