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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스카에서 손 자녀들과 한국 축구 응원하기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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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7 [01:5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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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축구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TV로 중계되는 경기를 보면서 이전과 달리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륙과 나라별로 축구 실력이 비교적 평준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한 팀도 우리나라가 상대할 만만한 팀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금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최초로 상대한 나라는 스웨덴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알라스카를 여행 중이었기에 그 경기를 보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LA 시간으로는 새벽 5시였지만 알라스카 시간으로는 새벽 4시에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알라스카는 남한 땅의 15배나 되지만 인구는 백만이 조금 넘습니다.
 
그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앵커리지는 30만 명이 살고 있고 그 중에 한국인은 3천여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A처럼 장소를 정하고 모여서 함께 응원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5년 째 살고 있는 사위와 딸도 미국에서 태어났고 손 자녀들은 이민 3세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딸 가족이 한국과 스웨덴과의 축구경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서 전 날 밤 온 가족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어린 손 자녀들이 잠에서 깨어나 TV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큰 손녀는 13살이고 손자는 11살, 둘째 손녀는 9살입니다. 저들은 한국을 아직까지 방문해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저들이 아는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라라는 것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난 3세 손 자녀들이 이처럼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하여 가지는 존경심과 경기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마음을 조려야 하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두 나라간 객관적인 실력으로 보아서 우리가 이긴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스웨덴에게 지게 될 경우 어린 손 자녀들이 가질 실망감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스웨덴은 우리가 상대하기에 버거운 팀인 것을 부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자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기게 해 달라고 손 자녀들과 함께 기도할 수도 없는 것은 만일 기도했는데도 졌다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게 해 주세요!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래서인지 경기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습니다. 지더라도 크게 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하는 염려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작은 움직임에 대해서 아이들의 연이은 감탄과 탄식이 번갈아 나오다가 결국 경기는 지고 말았습니다. 한 동안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아! 하는 아쉬움과 긴 한숨이 이어졌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이번 경기를 통하여 얻은 것이 있습니다. 나를 기쁘고 행복케 한 것이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나의 이민 3세 손 자녀들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알아주고 응원해 주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누가 가르쳐서 한 일이 아닙니다. 
 
만일 그날 경기에서 우리가 이겼다면 모두는 큰 소리로 환호하며 서로 부둥켜 앉고 춤을 추었을 것입니다.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이번 월드컵 경기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던 나의 이민 3세 손 자녀들의 할아버지의 나라, 우리의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야 말로 큰 기쁨이며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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