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그루밍과 미투운동
송금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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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7 [0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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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투’… 미주한인교계서도 “혹시” “역시”>란 제목의 기사가 본보 인터넷 판에 실렸다. 기사가 나간지 하루만에 조회수 1,000명을 육박하며 미주한인 교계 역시 지금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관심이 지대함이 엿보였다.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한 달 만에 한국 사회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도, 누구도 피해 사실을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사회에서 용기를 낸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사회적 확산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문화계의 고은 시인을 비롯해 연극계의 이윤택 오태석 연출가, 배병우 사진작가, 연예계의 조민수, 조재현, 오달수씨 등 유명 인사들의 성폭력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어디 그뿐인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도지사직은 물론 모든 정치활동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파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의 7년 전 성폭행 시도가 알려지면서 천주교계는 물론 다른 종교계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개신교계에서도 자칫 ‘미투’ 운동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특히 교계 관련 단체들 중심으로 교계 내에서 그 동안 금기시 되어온 성범죄 관련 일들을 폭로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2일 ‘교회 내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를 열어 교회내 성폭력 당사자들 용기를 내어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폭력 신고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성폭력과 관련해 ‘그루밍(Grooming)’이란 신조어가 있다. ‘그루밍’이란 원래 고양이나 토끼 원숭이 등을 길 들일 때 쓰는 말로, 쓰다듬거나 털을 빗질해주며 사육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이 ‘그루밍’이란 단어가 근래에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수법을 이를 때에도 쓰이는데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이른다.

 

본보 기사가 나간 후 사무실로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내용은 거의 다르지 않았다. 성추행, 성폭력의 현장으로 교회가 거론되기 시작하면 이민교회와 교계에는 지금 벌어지는 한국의 문화 예술 연예 사회적 이슈보다도 더 폭발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의 ‘그루밍’ 현상을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피해 사례는 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를 테면 “손을 잡고 기도하다가 언제부터가 손을 얹는 신체부위가 바뀌어져도 자신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줄 모르는 경우”가 교회 내에서의 대표적인 그루밍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목회자뿐만 아니라 장로들의 제직들 성추행내지 성폭행 문제들”, “여자 권사들에 의한 젊은 남자 교역자들에 대한 성추행”, “학생 사역하는 목사나 전도사들 중에도 맘 졸이고 있을 사람들”, “선교사들 중에서도 물론 자유롭지 못할 사람들”도 많다는 등의 제보가 있었다.

 

어쩌면 한국보다 더 폐쇄적인 이민 사회 속에서 말 못하는 피해 여성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혹시나 모를 여성 성도들의 폭로가 미주한인 교계에서 일어난다면 매년 외치는 아주사부흥 회개운동보다 미투운동이 더 먼저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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