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은퇴했다” 말 못하는 은퇴 목사
서인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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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02 [04:3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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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발행하는 <한인교회주소록> 발행을 앞두고 지난 몇 달간 전화와 이메일 또는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리스팅 변경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에 온 직원들이 매달렸다.
 
이 기간중 유독 기자의 마음에 와 닿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교단과 지역 연합체 또는 선후배 목사들에게 확인해 보니 분명히 일선목회에서 은퇴한 것으로 알려진 목사님들에게 전화를 하면“은퇴가 맞다”는 응답보다는 “여전히 담임사역을 하고 있다”는 분들이 많았다.
 
연세를 미루어 짐작해도 80은 족히 넘었고, 교단 후배들이 알고 있기로는 일선목회에서 은퇴후 노인아파트로 이주한지도 이미 오래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연세든 목회자들에게서만 보여진 모습이 아니다. 60 초, 중반 목회자들 중에는 개교회 담임이나 기관 대표라는 직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퍽 많았다.
 
물론 사역이 계속되고 있다면야 당연히 주소록 리스팅에 올라가야 하지만 아무리 추적을 해보아도 지나 10여 년간 단한번의 행사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자신의 직함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로 마음이 산란하던 중 모 중견 목회자가 들려주는 에피소드에 기자는 머리가 띵해지고 말았다. 양로원에서 장기치료중인 모 원로목사님을 후배 목사님이 안부를 여쭙기 위해 방문을 했단다. 한참 이야기꽃이 피어나던 중 원로 목사님의 전화벨이 울렸고 손을 더듬으며 전화기를 찾아 통화가 한동안 이어져 가더란다. 이때 대화말미에 상대방이 어떤 질문을 하였는지 원로목사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란다. “아무렴. 내 건강도 그만하고 목회도 여전히 하고 있고말고......”
 
은퇴 나이가 되어 일선 목회현장을 떠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함에도, 부끄러울 일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듯 ‘은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위 안수받은 목사에게 은퇴란 있을 수 없다라는 생각일까? 강단을 지키다가 세상을 떠나야만 최선을 다한 목회라고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걸까? 보란 듯이 대형교회로 키운 후 화려한 은퇴식과 거창한 인사를 받으며 은퇴하지 않았기에 위축되어 있는 걸까?
 
목회자 마다 각기 사연을 다르겠으나 기자가 감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선목회에서의 은퇴가 부끄럽거나 못 할일은 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누구라고 은퇴를 아름답게 밝히고, 이를 존경으로 받아들여지는 교계풍토가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부터는 의도적으로, 끝까지 은퇴를 밝히지 않는 목회자들의 교회를 평신도 검증단을 파견하여 일일이 주일예배 여부를 조사해야 할지도 고민해 보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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