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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행사인가?
송금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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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08 [11:37]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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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는 기독교력으로 종교개혁주간이다. 특별히 올해는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 교황의 '면죄부' 발행에 항의해 독일의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인 것을 도화선으로 종교개혁이 발발한지 5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일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개신교 국가에서는 종교개혁의 의미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각종 세미나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말 본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곳 미주에서도 전국적으로 한인 교계들이 10월 달을 전후로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 기념 관련 행사가 남가주 지역에서만 10개에 이르고, 뉴욕을 비롯한 아틀란타, 버지니아, 와싱톤 등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진다.
 
하지만 ‘평신도 81%,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 몰랐다”’는 본지 <8월15일, 인터넷판> 보도에서처럼 대체로 미주한인교계가 떠드는 것만큼 실제 평신도들 사이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것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종교개혁 기념 이전에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 추락 즉 성직자에 대한 불신, 종교 본연의 의미 퇴색 등 전반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게 자리한 것에 기인한다.
 
한국 기독교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미주 한인교회가 4천여 개를 훌쩍 넘고 있지만 왜 교회는 이처럼 외면 받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무분별한 교세확장, 성직자의 자질, 맘모니즘, 교인들의 특권의식, 교회와 사회의 이질감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종교개혁이고, 누구를 위한 기독교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한 기독교인가? 
 
지난 9월에 있었던 종교개혁 관련 세미나를 참석한 적이 있다. 성경 통독의 중요성을 말하는 자리에서 강사는 “성경은 수표책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 찾아서 그 수표를 쓰면 되는데 그것을 찾지 못해서 수표를 쓰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종교개혁을 통한 가치관의 변혁을 말하는 자리에서 루터가 부르짖었던 ‘오직 성경’ ‘오직 예수’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되새기고 이어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성경책이 ‘수표책’으로 둔갑되어 있었다. 마치 성경이 양질의 삶을 보장하기라도 되는 양.
 
제2의 종교개혁을 부르짖는 자리가 기복주의,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자리로 왜곡되어 예수를 믿는 것이 ‘영생의 복’이 아닌 ‘내세의 복’을 추구하는 자리가 된 듯해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또한 다른 단체에서 하니 우리도 안하면 서운한 것 같아서 하고, 단체의 이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하는 행사라면 500주년 기념은커녕 기독교를 향한 또 다른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앞으로 진행될 종교개혁 관련 500주년 기념행사들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앞으로 500년을 지탱하고 갈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안들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쓴 샘물에 넣어 물을 깨끗케 할 만한 소금이 있은 후에야 무브먼트와 개혁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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