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결혼 43년 만에 다시 끼어본 결혼반지
이상기 목사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7/08/31 [13:46]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43년 동안 함께 살아온 집 사람이 한 달 전 세상을 떠나고 나서 집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귀중품을 담아둔 작은 보석 상자를 열고서 결혼반지를 찾았습니다. 상자속의 다른 것들은 딸들에게 주고 그 중 하나만 내가 택했습니다. 결혼반지였습니다.


그 동안 아내의 요청으로 특별한 행사에 참석을 할 때 몇 번 끼웠던 기억이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선 곧 바로 빼서 아내에게 돌려주곤 했습니다. 평소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도 불편해하는 까닭에 반지를 끼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의 결혼반지는 오랜 시간 동안 늘 상자 속에 있어왔습니다.


결혼 초창기에 반지를 끼지 아니한 것은 당시는 막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에 결혼반지를 끼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작은 다이아가 박힌 백금반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손가락에 잘 들어갔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지금까지 결혼반지를 3주간 이상 계속 끼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3-4년은 끼고 싶은데 앞으로 얼마나 오래 동안 간직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도 나는 당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까운 주변 분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이제는 좋은 분 만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어서 그럴 때마다 일일이 대꾸하기도 그래서 손에 낀 결혼 바지를 보여주며 미소로 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끼지 아니하던 결혼반지를 끼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지나온 43여년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큰 은혜였고 축복이며 행복이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집 사람을 사랑한 것보다도 집 사람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도 컸습니다. 집 사람과의 행복했던 수많은 기억들이 너무 크게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쉽게 지워지지 아니할 것 같습니다. 다시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랑을 할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그 아름다운 추억들로 오는 세월을 견뎌 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아내는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분에 넘치는 은혜의 선물이었습니다. 아내의 희생, 헌신 그리고 기도로 오늘의 내가 있었으며 자녀들이 복을 받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주의 종으로 지금까지 사역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아내의 내조 때문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은 다 아내로 말미암은 선물이며 축복인 것입니다. 집 사람이 남긴 흔적을 지난 한달 동안 정리하면서 안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아니한 것을 알고서 두고 가는 나를 위하여 크고 작은 일을 다 정리하고서 떠난 것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미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결혼반지를 내가 해 주지 못했습니다. 나의 결혼반지도 당신이 해온 것이고 당신이 지금까지 간직하던 결혼반지도 내가 선물한 것이 아니고 당신이 직장 생활을 해서 번 돈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신과 나만이 아는 것으로 아이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까? 먼 훗날 큰 다이아가 박힌 반지를 선물 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무능한 남편을 용서하기 바랍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를 용서하기 바랍니다. 당신의 몫까지 살아서 다시 주님의 나라에서 기쁨으로 만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