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포양주[抱釀酒]
정공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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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01 [01:2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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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공필목사 (라스베가스장로교회)

‘미친 국어사전’의 저자 박일환 시인은 SNS에서 ‘우리말 놀이’라는 글을 연재로 올리고 있는데, 우리말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시인인 듯하다. 그가 얼마 전에는 우리말 가운데 ‘술’과 관련된 말들을 최소 세 번에 걸쳐 소개하였는데 처음 듣는 술 이름도 있었다.

 

예를 들면 박일환 시인 개인 생각에 술꾼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은 술 이름을 ‘주충[酒蟲]’이라며 이것은 술 벌레라는 뜻으로, 술에 미치다시피 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놓았다. 하나만 더 예를 들면 이 시인 생각에 가장 정성이 많이 담긴 술의 이름은 바로 ‘포양주[抱釀酒]’라고 하였다. 이 말의 뜻은 술을 담근 술독을 사람이 안고 그 체온으로 익힌 술이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모든 일에 이런 정성으로 대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 듯싶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이 ‘기업인 간담회’를 열어 대기업의 총수들을 초청하여 가볍게 맥주나 칵테일로 만남을 가졌다고 언론마다 기사를 냈다. 첫 모임에는 날씨가 괜찮아서 정원에서 열었고, 다음 모임에는 날씨가 안 좋아 청와대 로비에서 열었다고 하였다. 가벼운 옷차림과 가벼운 술 한 잔을 기울였고, 나름대로 의미를 담은 안주가 나왔다고 언론은 친절하게 서민들에게 알려 주었다.

 

모임의 겉모습은 가벼운 듯 하였지만, 내용은 무거웠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간다. 겉으로는 대통령이 각 총수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별명을 부르기도 하고, 또 어느 총수의 손자 이야기를 거론하며, 또 어떤 총수에게는 "요즘도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느냐"는 등의 말을 건넸지만 실상은 재판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총수가 있는가 하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가진 총수가 있고, 어느 기업에는 정작 총수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그룹의 부회장이 참석한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였지만, 각 기업은 나름대로 소위 한국 경제를 위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였다. 이제 다음 모임은 중소기업 사주들과의 만남이라고 하니 어쩌면 더 힘든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큰 약점이 소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원전건설 중단과 같은 일을 서슴없이 먼저 거론하는 것과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에 대해 대다수 국회의원이 반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하는 모습, 그리고 같은 여당의 장관이 반대를 하는 인물을 자신의 측근으로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모습은 왠지 국민에게 또 다른 불안감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국가를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국가와 국민 중 어는 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흑백의 논리로 쉽게 대답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위기 앞에서는 국민을 달래가며 통치를 해야 한다. 국민을 달래는 방법은 바로 품어 안는 것이다. 바로 포양주[抱釀酒]처럼 말이다.

 

좌우진영으로 양분된 듯 한 국민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소위 촛불민심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촛불민심의 대통령이라고 말을 한다면 지혜롭지 못한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는 촛불민심도 있지만 태극기민심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많으냐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 숫자는 대통령 선거 때나 중요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 숫자가 아니라 술이 익을 때까지 술항아리를 품어 안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술항아리라는 대한민국 안에 쌀도 들어있고 누룩도 들어있다. 즉 촛불민심도 있고 태극기민심도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면에서 생각을 해 본다면 술항아리를 품을 수 있는 넓은 품, 즉 마음이 필요하다. 간장종지 밖에 품을 수 없는 마음의 소유자라면 큰 술항아리를 품을 수 없다. 그렇게 작은 사람이 큰 항아리를 품으려고 했다가는 깨뜨릴 수밖에 없고, 자신도 다치게 될 것이다.


포양주[抱釀酒]와 함께 정말 가슴에 담아야 하는 것은 바로 기다림이다. 술항아리를 품어 안은 순간 술이 익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쌀과 누룩이 뒤엉켜 숙성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북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과 함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기다려야 한다. ‘기업인 간담회’와 같은 이벤트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이벤트로 끝난다면 국민의 눈에는 가벼운 대통령으로 비쳐질 것이다.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과 사드와 관련한 일들이 결국 가벼운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다. 가벼운 사람은 결국 신뢰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왜 술을 만드는 사람은 항아리를 가슴에 품었을까? 바로 최고의 술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통령은 최고의 국가와 최고의 국민을 만들기 위하여 나라와 백성을 품어야 한다. 바람이 불면 맞고, 비가 내리면 몸을 적시고, 뙤약볕이 내리쬐면 땀을 흘려가면서 항아리를 품어야 한다. 그 항아리는 바로 모든 국민들이다.

 

다음 간담회는 중소기업인들 이라고 하니 그들과는 포양주[抱釀酒]로 간담회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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