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아줌마의 수다
모리소바를 통해 배우는 인생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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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0/14 [06:3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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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 냄새는 모리소바?…”
주방에 잠깐 들린 홈텔 카페지지 폴은 영특하게 벌써 국물 냄새를 알아차렸다. 선데이 오전 몇시간 사이에 메밀국수 및 일식의 달인인 R사장님이 내일 저녁 파티를 위해 국물을 준비해 놓으셨다.

내일이 지나고 나면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E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지난 한 학기동안 이런저런 고생을 겪은 그는 다시 캔터키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갈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다니던 학교로 복학 할것인가로 지난 3개월간 많은 생각을 했고 최종결론은 캔터키행 이었다.

주방장 아줌마가 보기에도 홈텔 게스트들은 참 정도 많고, 인생길 친구들 챙기는 일에도 일가견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 학생과 이 학생과 3개월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 온 엄마를 진정으로 대해주었을뿐 아니라 자신들이 겪은 유학 경험들, 미국정착의 어려움, 삶에 대해 많은 얘기들을 나누곤 했다.

R 사장님도 그 중 한분이시다. 70년대 중반에 UCLA에서 공부한 그는 한국서 잘 나가던 집안의 큰 아들이었다. 젊은 시절, 내노라하는 스시맨이 뜨는 회만 사먹던 그것도 서울에서 동경으로 비행기로 외식을 다녔다고 했다. 그러던 그의 집안이 갑자기 가세가 기울자 그는 한 달 월급이 $800인 허드레일이라도 시켜 달라고 일식당 주인에게 애걸복걸할만큼 최악의 상태였는데 이를 반전시킨 것이 바로 ‘모리소바’였다.

즉 그는 자신이 비행기 타고 동경에 가서 회를 종종먹던 그 스시집 사장에게 어느날 전화를 했단다. 그랬더니 노인이던 그 스시맨이 대뜸 하는 말이 "당신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금 어디 있느냐?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 내가 그곳으로 갈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 때거리도 없이 고생하고 있는 R사장이 있는 곳으로 날아온 일본 노인은 집을 한채 얻어 그곳에서 1년간 동거동락하며 모리소바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단다. 이 국물 만드는 노하우만 있어도 당신은 평생 먹고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부자가 될것이라며...
그리고 1년 사사를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자기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스시 칼을 제자되는 R 사장에게 하사했다고 했다. 그 사사받은 칼을 R 사장은 평생 자신이 어디를 가던 꼭 챙겨 갖고 다니는 자신의 분신으로 삼고 있었다. 인생 최악의 상황을, 자신을 헌신적으로 일으켜 세워준 일본 스시맨을 평생 잊지 않는 다는 다짐이리라...
 
1년간 사사를 잘 받은 그는 서울과 아틀란타에서 소바집을 경영했는데 대박이었다. 그의 일생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후 손댄 다른 여러 가지 사업은 그를 다시 부자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평소 이 아줌마의 눈에는 그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최고의 맛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홈텔 식탁에서는 자신의 입맛을 내색하지 않고 내가 차려 준 밥을 달게  먹고, 지극히 평범한 자동차 차를 굴리며 때론 이 사람, 저 사람을 잔잔히 배려하곤 한다. R 사장님의 실체를 몰랐을때는 유부초밥과 우동 등을 평소대로 편안히 준비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만큼 일식의 대가, 명인인 R 사장님이 모리소바를 준비했다. 그 의미는 자신의 인생을 반등시킨 그 음식을 직접 만들어 딸 또래인 E의 학교행을 격려하는 것이리라. 아울러 딸로 인해 속알이도 하고, 여행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던 E의 엄마에게도 그간 애썼다며 힘차게 인생을 살아가라는 응원일것이다.

또한 나를 향한 격려의 메시지가 있기에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무엇인고 하니 어느날 슬쩍 주방에 들린 그 분은 "사장님의 음식 솜씨는 탁월해요. 정갈하지요. 그런데 가끔 힘든 표정을 읽을때가 있어요. 삶이, 하숙집을 경영한다는게 보통 힘든게 아니겠지만 적어도 음식만드는 그 시간만큼은 스스로 행복해 해야 음식이 살아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모리소바 국물 식기를 기다려 냉장고에 넣으려 한다. 내일 저녁만큼은 R 사장님이 주방장이시고 나는 사부님이 지시하신대로 무즙과 파, 오이채, 메밀국수 준비만 하면 된다.

몇일 전 카이스트 팀들과 다른 몇몇 새 얼굴들의 홈텔 투숙을 환영하기 위한 BBQ 파티에 이어 내일은 이번 주간에 체크아웃 할 홈텔 가족들을 위한 송별회로 이래저래 홈텔은 먹자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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