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자녀가 한글 학교에 다니고 와서 부모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자신은 미국인인데 왜 한국말을 따로 배워야 하냐는 것이다. 한국말을 따로 배울 시간에 다른 것을 더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불만. 부모의 입장에서 그래도 너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사람인 자녀가 굳이 한국말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문도 든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지금 세대가 아닌 이민 2세 3세를 거치면서 겪는 공통적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주변 2세 이상 3세 한인 목회자를 보면 한국말이 서툰 이가 많다. 사역도 대부분 미국 교회에서 한다. 간혹 한인 교회에서 차세대 훈련을 담당하기 위해 고용된 한인 2세 목회자의 경우는 기성세대와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고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는 교회가 아닌 이상,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교회에 이중 언어 목회자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자녀들은 한국말 배우기가 싫고, 이중 언어 목회자는 한국어를 하는 교회에 가기 싫고. 그나마 2세, 3세 목회자는 대부분 미국 교회에서 사역하는 현실. 여기에 해마다 줄어드는 유학생, 그리고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들. 과연 미국에서 한국말이 편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미주 한인교회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지난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 적지 않은 미주 한인교회가 문을 닫았다. 여전히 떠난 교인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전부터 미주 한인교회의 위기라고 말했던 것들이 짧게는 5년 안에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 같다. 5년이라고 예견한 이유는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말 배우기 싫은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그들이 한국말을 쓰는 미주 한인교회에는 더 이상 발을 붙이기 힘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젊은 성인 세대가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그들은 가족을 교회에서 이루지 못할 것이고, 기성 교회는 점점 늙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리더십 세대 전환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젊은 목회자로 세대교체를 하고 싶어도, 교인들 대부분 한국말이 편한 경우가 많다면 쉽게 결정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2세, 3세 목회자는 전형적인 1세 교회를 기피하는 현실이다. 언어적인 문제가 꼭 아니더라도 조금 더 유연한 사고방식과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40대 한인 목회자로의 리더십 전환도 생각해 볼 부분이지만 은퇴를 꺼리는 1세 목회자들을 보면 그런 그림도 쉽지 않다.
한국말이 편한 미주 한인교회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10년? 아니면 5년? 교계 현장을 다녀보면 어쩌면 그보다 더 빨리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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