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즈음 한국에서 유행처럼 등장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가나안 성도’다. ‘가나안’이라는 단어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르면 상당히 성경적으로도 다가온다. 하지만 이 표현은 ‘(교회를)안나가’를 거꾸로 읽는 것으로 크리스천이지만 교회를 나가지 않는 무리를 뜻한다. 그들이 왜 교회를 가지 않는 이유에 관해선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주 한인교회에서도 많은 논쟁과 분석이 있었다. 대체로 기성 교회에 대한 거부감, 끊이지 않은 교회 내 갈등과 범죄, 세대 간 이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교회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신앙도 없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가나안 성도’를 여기기도 했으나, 최근엔 신앙에는 변함이 없고 크리스천이라는 자의식도 분명하지만 단지 기성 교회를 나가지 않는 그룹을 새로운 신앙 영역으로서 ‘가나안 성도’로 부르는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린다.
미국에서도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내지는 ‘교회 없는 크리스천(Unchurched Christian)’이라는 뜻의 단어가 교계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체로 의미는 ‘가나안 성도’와 통하는 부분이 많다. 이를 다룬 미국 사례 중 라이프 웨이 리서치 자료(2017)에 따르면 해당 조사 기관이 2007년도에 23세에서 30세 사이 미국인 70%가 정기적으로 교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 2017년에는 66%가 18세가 된 후 적어도 1년 동안 정기적으로 교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졌다. 게다가 2020년부터 시작된 코비드 19로 인한 교인 이탈이 심해져 아마 그 숫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AP통신>은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의 많은 예배당이 영구 폐쇄됐다는 뉴스를 보도했고, 지난 4월 미국에서 175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제1장로교회’가 지난 24일 마지막 예배를 드렸다는 뉴스가 충격을 던졌다. 역시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성도 감소였다.
늘어만 가는 ‘가나안 성도’, 여기에 코로나 19로 교회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는 성도.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제는 이들을 교회로 다시 불러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 불신자 전도 못지않은 중요한 교회의 사명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이 문제다. 가나안 성도는 기성교회의 수직형 리더십, 명령과 복종 강요, 개인의 신앙보다 전체적 성장주의에 몰입하는 구조에 염증을 느낀 그룹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점을 깨기 위해 구조적으로 수평적 리더쉽, 참여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작은 교회의 역할론이 붉어지기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장소로서의 교회를 떠나 공동체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그들이 아직 불편하게 느끼는 교회 시설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의 한 교회가 크리스천이지만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새로운 예배 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뉴욕선교로교회는 최근 ‘주일 이른예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장소가 교회가 아닌 일반 카페를 예배당으로 삼는다. 이 교회는 지난 2019년 개척한 젊은 교회로 박병석 목사와 김경수 목사가 공동 담임으로 섬긴다. 교회는 팀 사역을 추구하는 선교적 교회를 비전으로 삼는다.
공동 담임을 맡은 박병석 목사에게 주일, 카페에서 드리는 ‘이른예배’에 관해 물었다. 교회 예배당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일 아침에 카페를 예배당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가 침체되고, 기존 신자들은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런 가운데 그들이 교회로 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닌, 그들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카페를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교회의 모습을 비롯해 전도와 선교 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본다. 생각보다 가나안 성도가 많아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를 등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품으려면 서로 열리고 자유로운 곳에서 공유할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이 좋다고 본다. 카페는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다. 불신자와 신자 모두 그렇다. 그런 장소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경배할 수 있다면 하나님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그런 마음에서 카페에서 이른예배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이 교회의 이른예배 안내문에는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바로 “교회등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 함께 예배드리기 원합니다”였다. 이 부분을 굳이 명시해서 안내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 목사는 말을 잇는다.
“요즘 많은 사람이 가나안 성도가 되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으려 한다.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인데 교회에 속하기 싫어한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를 떠난 사람이 너무나 많다. 교회는 단지 건물이 아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예배는 사모하는데 교회에 속하기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같이 찬양하고 예배 드림으로 마음의 변화를 느껴 각자 가까운 곳에 교회를 정한다면, 우리가 하는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우리는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공동체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들을 내 교인으로 교회에 등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예배를 통해 말씀을 나누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사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그런 문구를 넣고자 했다.”
뉴욕선교로교회의 이른예배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이 사역에 뜻을 같이할 목회자와 교회가 생기길 기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하지 말 것이, 이 교회는 주일 오전 10시 30분에 예배를 드리고 있고, EM, 주일학교, 새벽예배 및 금요 성경 공부까지 마련하고 있다. 일상적인 교회 스케줄 외 이른예배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은 팀 사역을 비전으로 하므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 한 교회가 소위 가나안 성도를 붙잡기 위해 전도와 행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노방전도 또는 청년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공략했다. 하지만 결실을 보진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와 되새겨보면 교회에 염증을 느껴 떠난 이들에게 행사 등을 주최한 교회로 나오라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진 것 같다. 예배가 그리운 이들이 스스로 교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용기를 다시 불어넣어주고, 속함의 선택은 그들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키포인트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선교로교회가 펼치는 이른예배와 같은 사역이 어떤 결실을 볼 수 있을지 더욱더 기대가 모인다.
세대를 떠나 한국말이 비교적 편한 미주 한인교회는 사실 상당한 위기에 처했다. 유학생은 줄어들고, 2~3세는 1세 한인교회를 멀리하며, 한국으로부터 이민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게다가 그들 중에서도 가나안 성도는 상당히 많을 것이며, 코로나 19는 교회 탈출 열풍에 불을 붙였다고도 볼 수 있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가 다시 교회 문을 두드리게 하는 것은 곧 미주 한인교회의 생존과도 연결 폭이 깊어 보인다. 어떤 것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미주 내 한인교회와 목회자 모두가 자기 신앙을 쫓는 가나안 성도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올바르고 건강한 신앙을 키울 수 있는 일에 관심을 두고 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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