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교회 현실과 대응

황인상 기자 | 기사입력 2022/03/27 [21:58]

메타버스 교회 현실과 대응

황인상 기자 | 입력 : 2022/03/27 [21:58]

▲ 메타버스는 웹 3.0 시대 기술적 발전에 따라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트렌드로 자리했다.

 

지난해 9월, 본지는 팬데믹 이후 펼쳐질 언택트 시대는 메타버스(Metaverse)를 통해 훨씬 빠르고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임을 언급했다.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의 빅테크 집단이 이를 앞당기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종교 분야에서의 확대 움직임을 다뤘다. 

 

페이스북은 아예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페이스북이 종교 공동체를 위한 가상의 집을 메타버스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내 아바타가 ‘아멘’과 ‘할렐루야’를 외칠지 모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메타버스 내 교회의 개척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빅테크 외에도 온라인 교회들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전환도 눈길을 끈다. 이제는 뉴스에서나 보는 그런 것이 아닌, 실제 마음만 먹으면 참석해볼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여기서 먼저 메타버스에 관해 한 번 더 집고 넘어가보자. 이름을 뜻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쉽게 가상의 공간이 있고 내 아바타를 통해 그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세계를 뜻한다. 웹 2.0 시대에도 가상의 공간을 통한 게임이나 소셜 라이프 등이 있었지만 체험 수준이나 확장성에서 한계가 있었다. 웹 3.0 시대를 맞아 증강현실 등을 가능하게 만든 플랫폼과 VR 사용 도구 등이 대중화되면서 가상현실 세계에서의 사실감은 높아졌고 참여 장벽도 낮아졌다. 아바타도 다소 장난스러운 캐릭터에서 진짜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도 진화하고 있다. 

 

▲ 로블록스에 ‘church’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는 정말 많은 가상 교회들이 나온다. Photo=Roblox

 

특별히 메타버스가 기존 온라인상에서 한계로 여겨졌던 부분들을 극복하는 장점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존 온라인 소셜 플랫폼의 메타버스화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교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팬데믹 기간 많은 교회가 온라인상 플랫폼을 통해 예배를 이어왔다. 유튜브 기반 실황 예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소통을 마련한 교회도 많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콘텐츠는 ‘참여’하기보다 ‘관전’한다는 의미가 컸고, 댓글과 이모티콘을 정도가 표현의 전부였다. 때문에 온라인 예배는 집중과 참여가 어렵다는 점, 무엇보다 교회의 큰 역할 중 하나인 유대감 형성이라는 부분에서 적지 않은 단점들이 드러났다. 다행스럽게 코로나 19가 다소 주춤하면서 다시 대면 예배가 일반화되고 교회 모임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어디에서 신종 전염병이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팬데믹을 겪으면서 교회를 떠났던 교인이 돌아오지 않는 현상도 새 플랫폼에 관한 교회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교인 중 73%만 대면 예배로 복귀, 미국인 전체 교회 출석률 감소 등을 교회가 주목해야 할 현상으로 지목했다. 특별히 교회를 이끌 다음 세대인 Z 세대(대략 1990년부터 2010년 초반 태어난 세대)들의 기성 교회 이탈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차세대 기독교 조사 기관인 스프링타이드(Springtide)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 Z 세대를 보살피는 방법 등을 소개한 자료를 통해, Z세대가 힘든 상황에서 종교 단체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무려 60%가 종교 모임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말을 별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했다. 이는 Z 세대가 기성 교회에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을 유추할 수 있으며, 디지털화된 그들과 기성 교회가 만들어온 포맷 간 틈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서 디지털에 익숙한 그들이 머무는 공간, 메타버스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 미국 내 대표적 주자로 손꼽히는 로블록스에는 미국 Z세대 약 55%가 가입해 있으며 일 평균 4천만 명의 이용자가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타버스에서 젊은 세대를 노리는 기업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로블록스 안에 자동차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열고 친환경 신차를 가상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프로그래밍한 게임을 다른 사용자들과 즐기는 일종의 게임 제작 시스템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앞다투어 공간을 만들 정도에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별로 다양하게 뻗어 나가고 있다. 여기서 종교, 특히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 로블록스에 문을 연 현대의 친환경차 체험 공간. 기업들의 메타버스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Photo=Roblox

 

최근 메타버스에 관한 여러 견해들이 교계 사이에서도 이슈로 뜨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다. 특히 다음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예배 플랫폼이나 뉴노멀 시대를 맞는 교회의 변화와 관련해서 크고 작은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교회 개척은 우려나 대응을 생각하기도 전에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로블록스에서 ‘church’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처치’라는 이름을 쓰지만 정체가 불분명한 것도 보이고, 심지어 사탄의 교회도 있다. 로블록스 처치 중에서 비교적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버에 들어가면 예배실, 친교실, 기도실 등 나름 교회 건물이 갖춰야 할 부분들이 구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로블록스 자체가 게임 플랫폼이기에 이 ‘처치’ 메타버스 안에서 보다 구체적인 종교 활동 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이 플랫폼을 활용해 교회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이용할 수 있다면 교회 역할도 가능해 보인다. 로블록스 키워드 검색을 한글로 ‘교회’라고 입력해도 적지 않은 결과가 뜨긴 한다. 하지만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반면 온라인 교회가 메타버스로 진출한 사례가 있다.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 기반을 둔 라이프닷처치는 온라인으로 성장한 교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만든 메타버스 내 교회는 보다 분명한 목적을 두고 레이아웃을 짠 덕분에 로블록스보다는 조금 더 교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라이프닷처치의 미디어 사역 그룹인 유버전(YouVersion)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버스 솔루션인 알트스페이스VR을 이용해 메타버스 교회를 만들었다. 메타버스 내 교회지만 운영 룰은 라이프닷처치에서와 차이가 없다고 한다. 입구에 안내자가 있고 로비를 통해 입장하며 교회 관련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보드와 그것을 돕는 사람들도 있다. 라이프닷처치의 메타버스 교회 운영이 자리를 잡아간다면 이는 메타버스에 관심을 둔 교회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니다. 하지만 이 빠른 속도의 변화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는 교회가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상명 총장(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은 “메타버스는 시대적 요청을 충족시켜줄 강력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인류 생활 양식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고, 이러한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실제와 가상 세계 사이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하여 옳고 그름, 참과 거짓에 대한 판단력을 무너뜨리는 혼돈의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교회는 경계해야 한다. 가상현실 속에서도 신앙과 영성을 꽃피울 수 있는 기독교 대안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 라이프닷처치가 만든 메타버스 교회. 운영 방법 등 관심있는 교회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Photo=youversion

 

오렌지카운티에서 온라인 목회를 담당하는 A 목사는 “메타버스 내 교회까지는 아니겠지만, 주변에 메타버스 안에서 삶의 유희를 찾는 이가 느는 것을 실제로 접하고 있다. 아직 메타버스 교회에 출석했다는 성도는 없지만 누군가 그렇게 한다면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도 없다. 기성 교회는 메타버스가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그 안에서 어떻게 합리적 판단과 신앙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르치고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고 본다. 젊은 친구들이 기성 교회에 느낀 불신을 메타버스 교회에서 해소하려 한다면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보였다.   

 

그들 주장대로 메타버스 안에서 성도의 판단력에 관한 문제 인식, 옳고 그름을 가리는 훈련의 필요성 등은 어떤 형태로든 공론화가 시급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미주 한인교회뿐만 아니라 성도 사이에서도 아직 메타버스니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용어들은 생소하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브랜든 김 집사는 “메타버스, NFT와 같은 용어들을 요즘 뉴스를 통해 자주 듣는다. 하지만 관련 종사자나 관심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일상과는 조금 동 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특히나 거기에 교회가 생기고, 아이들이 출석할 수 있다? 글쎄…좀 상상하기 힘든 주제가 아닐까 싶다”는 반응도 보였다.

 

신원철 집사(어바인온누리교회)는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교회나 평신도의 인식 등에 대해 의견을 전해왔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녀 진로와 교육 문제 관련 정보 제공과 공감대를 끄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평신도다. 신 집사는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는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보다는 어떻게 하면 올바른 영적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다”고 한다. 이어 “교회가 가상세계에 세워지고, 성도들이 아바타로 참석해 설교를 듣고, 양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서로 교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영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지 여부다. 따라서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교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교인들의 영적 성장에 책임을 다했는지 점검하고 교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진행된 온라인 예배는 교인들의 영적 성숙도와 교회가 얼마나 이에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를 가늠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서 보면 메타버스 시대에 교회의 미래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상현실은 피할 수 없는 파도. 이를 즐기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은 인류의 삶을 보다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트렌드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특정 나이대의 놀이공간을 넘어 대기업과 빅테크의 본격 참여 등은 소비가 가능한 계층을 불러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가상 공간을 내세워 시니어들을 위한 메타버스도 크게 부상하고 있다. 종교 메타버스는 앞서 언급했듯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고 실제 참여하는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현재 교회 또는 단체들이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가장 먼저는 메타버스 내 교회에 출석할 경우, 주의해야 할 부분들에 관한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회와 단체가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이단 교회 판별법과 같은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회 지도가가 이것을 다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관련한 평신도 중심 전문가 그룹 양성을 통해 정보의 품질과 대응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성경적 가치관에 중심을 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다. 종교와 관계없는 불특정 대다수를 상대로 하는 현재의 메타버스 내 종교는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성경적 가치관을 따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기독교 메타버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라이프닷처치의 메타버스 진출은 눈여겨 볼 부분들이 많다.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파도는 이미 우리 앞마당까지 밀려들고 있다. 이를 즐길 것인지, 아니면 휩쓸려 나갈 것인지에 관해 시급한 대응과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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