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내 성폭력 문제와 예방

황인상 기자 | 기사입력 2021/09/01 [14:43]

교회내 성폭력 문제와 예방

황인상 기자 | 입력 : 2021/09/01 [14:43]

▲ 교회 내 성범죄는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 속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 내 목회자를 대상으로 이색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기독교 설문 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미국 개신교 목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성추행 및 불륜 등을 저지른 목회자가 얼마 동안 자숙 기간을 거쳐야 목회에 복귀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결과는 단호했다. 특히 소아 성추행을 저지른 목회자의 경우는 목회 자격을 영구 박탈해야 한다는 답변한 피설문자가 83%에 달했다. 성인 성추행과 관련해서도 74%가 영구 박탈에 응답했다. 교회 내 성범죄와 관련 목회자들이 입장이 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제도적으로 교회 내 불미스러운 행동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는 성범죄 연루 목회자에 대한 처분에 관한 것과 교회 예방 대책을 생각할 수 있다. <라이프 웨이> 조사에서 보듯 최근 미국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성범죄 특히 아동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서는 목사 박탈이라는 처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남침례회 연차총회에서도 “성 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목사직을 영구적으로 박탈당한다”라는 결의안을 최근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모습은 그렇게 결사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 성범죄 의혹, 연루된 목회자의 처분이 단호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NPR)의 시카고 지역 방송사인 <WBEZ>는 8월 2일 자 뉴스를 통해 ‘Fertile Soil For Abuse’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지닌 방송을 내보냈다. “학대를 위한 비옥한 토양”이라는 제목 안에는 한인 교계 목회자가 과거 교인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것이 드러난 논란을 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해당 목회자에 대한 사건을 교단 측 대응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피해자들이 공론화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문제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해당 목회자가 성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교단이 복귀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충분히 회개했다”였다. 시카고 <WBEZ>는 미국 내 아시안 교회의 폐쇄성과 조직의 우선주의, 교단의 독특한 문화 등을 비판했다. 성추행 의혹에 관해 싸고돌며 덮어주는 것, ‘비옥한 토양’이라는 것은 그런 분위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미국 내 모든 한인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되지는 않을까 라는 우려도 앞선다. 

 

그동안 성추행과 관련된 목회자의 처분에 관한 것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격 박탈’이라는 엄중한 목소리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충분한 자숙”, “개인의 일탈”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워 교단과 연결 지려 하지 않으며, 의혹 당사자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시 목회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의 반복은 피해자에게는 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피해를 호소하고 주장해본들 결국 가해자는 다시 강단에 서고 있으며 때에 따라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 성범죄 발생 예방 차원에서 교회 마다 일대일 라이드 금지, 열린 공간에서의 만남 등 오픈 정책이 요구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을 찾기 위해 미주 한인 교단마다 관련 상황에 어떤 조처를 취하고 있는지 알고자 연락을 취해보았다. 하지만 ‘성범죄’ 관련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관련 담당자와 전화 통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를 통해서는 상당히 성의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총회 선교 총무를 맡고 있는 류계환 목사는 “UMC 한인총회는 목회자 성추행이나 범죄 관련 처벌 문제를 직접 다루는 기관은 아니다. UMC 목회자는 범죄 관련 고발이 있게 되면 그에 따른 교단 내 사법 절차가 진행된다. 목회자의 성추행/폭행 관련 범죄는 매우 심각하게 다뤄지고 그에 따라 목사직이 박탈되기도 한다. 다만 교단 내 사법절차 비밀유지 보장 규정으로 인해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내용은 피해자와 당사자, 해당 교회 리더들에게 비밀유지 조항을 전제로 집행되기 때문에 제 3자의 경우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총무 김성일 목사는 “교단 내 성범죄 등과 관련해서는 각 노회에서 처리하고 있다. 추후 확인을 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조심해하고 어려워하는 분위기. 문득 내가 만약 피해자였다면 과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디에 고발하고 가해자 처분을 요구할 수 있냐는 생각이 든다. 사실 교회 내 성범죄 관련 문제는 일반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례보다 훨씬 더 피해자가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현장에서 이런 사례들을 접하는 로렌 권 상담사(한인가정상담소에서 성폭력 예방프로그램을 담당)는 교회라는 환경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특수성 그리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예방책에 대해 말한다. 

 

▲ 교회 내 성범죄 연루 목회자에 대한 목사직 박탈에 대한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성에 관련된 것을 금기하고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문화가 있다. 그 때문에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가해자 처벌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특히 교회 내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이것은 꼭 교회가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특색이 아닐까 싶다. 보수적이고 폐쇄적, 우리 안의 일이 외부로 나가는 것에 예민해하는 분위기다. 폭력은 대부분 힘이나 지위가 차이가 날 때 일어나기가 쉽다. 교회 내 순종을 강조하는 분위기. 목회자의 권위를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분위기는 성폭력을 드러내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교회라는 공동체는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성폭력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공동체에 해가 된다고 여겨질 때는 피해 당사자 일인이 다수의 공동체를 상대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종교적인 교리 등에 의해서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성폭력도 폭력이 주다. 폭력에 조명을 두지 않고 성에 중심을 두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한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건강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목회자나 직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교회는 아니야”라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 쉽게 예방할 방법이 있지만 받아들이는 데 있어 어렵다. 교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 사례로 ‘그루밍 성범죄’가 있다. 당사자 관계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심리를 지배해 발생하는 성범죄를 뜻한다. 목회자나 직분자들은 교회 내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예방책도 마련할 수 있다”  

 

“교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교회에서도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일대일 라이드 금지, 교사와 미성년 성도 간 일대일로 막힌 공간에 있지 못하기 등을 통해 교회가 이런 부분을 지켜보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성폭력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 “우리 교회에서도 있을 수 있다”라는 인식 전환이 예방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로렌 권 상담사(한인가정상담소 성폭력 예방프로그램 담당). 

 

권 상담사는 무엇보다 피해를 봤을 때 구제할 방법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인가정상담소 핫라인을 통해 연락을 주면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할 때는 가능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팀과 병원이 있고, 응급실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말하면 그에 따른 조처를 해준다고 한다. 만약 교회에서 성폭력 관련 가이드나 룰을 만들고 싶다면 한인가정상담소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담소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4년간 아웃리치를 통해 교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사실 성폭력 의혹이나 실제 범죄가 드러난 목회자인 경우 일정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강단에 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교회 내 성과 관련된 폭력이나 폭행을 호소하면 오히려 교회 성도 간에도 용서를 종용하거나 목회자에 대한 순종을 피해자에게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상식선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지금도 교회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종의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려면 내부적인 인정과 오픈 정책이 요구된다. 상담 현장에서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전문가의 조언대로, “우리 교회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분위기는 많은 것들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와닿는다. 미주 한인교회가 이제는 숨기고 덮는 것보다 ‘예방’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상담 문의: 한인가정상담소 www.kfamla.org,  핫라인( 한국어 가능) : (888)97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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