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 선교 자원

황인상 기자 | 기사입력 2021/07/07 [03:44]

노매드 선교 자원

황인상 기자 | 입력 : 2021/07/07 [03:44]

▲ 밴에서 생활하며 전국을 떠도는 삶. 노매드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촬영, 여우주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영화 <노매드랜드>. 감독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밴 라이프(밴에서 생활하는 삶)를 누리는 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탈 편견을 일반에 불어넣었다. 노매드를 흔히 집이 없이 떠도는 이들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당신은 홈리스인가요?”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주인공은 “난 홈리스가 아냐, 집이 없을 뿐이야”라고 답한다. 즉 건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거처할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둘의 대화는 노매드 라이프의 생태계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유랑’의 뜻으로 풀이되는 노매드. 이들은 사회 공동체가 정착의 기준으로 삼는 ‘집’이라는 개념을 건물이 아닌 움직임이 가능한 ‘자유’로 개념하고, 그 안에서 ‘자아’를 찾으며 또 다른 공존을 통한 삶을 영위한다. 이 때문에 노매드는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정착이라고 볼 수 있다. 노매드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정착된 삶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라는 것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영화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파트타임에 투자하거나, 물물교환을 위한 수제품 제작 등을 보여준다. 필요한 만큼만 벌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할 만큼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1년에 한 번씩 어느 특정한 장소에 모여, 지혜를 나누고 물건을 교환하며 다음 또 1년을 기약하며 유랑을 시작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노매드 라이프를 누리는 이들이 가진 ‘자유’와, 그들의 ‘시간’이 선교적으로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들이 만약 움직이는 선교회, 일상에 구애받지 않는 평신도 선교사가 될 수 있다면 이는 미국 내 복음 전파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 노매드의 이동성을 움직이는 봉사 선교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합감리교단(UMC)에서는 노매즈(NOMADS)라는 이름의 일종의 봉사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가입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퇴직한 부부 또는 RV 차량을 가졌거나 이용할 수 있는 독신자를 대상으로 18세 이상 다양한 봉사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별도의 가입 회원비가 있고, 운영 기관은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이나 회원 웹사이트를 통해서 하고 있다.

 

노매드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 중 여기에 가입해 있다면 운영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봉사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여기에는 교회, 어린이 집, 캠프, 대학에서의 봉사 선교와 리모델링, 건축 등에 대한 프로젝트도 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교회나 단체의 유지보수, 청소, 페인트칠, 전기, 바느질 등의 봉사도 있다. 하나의 예지만, 넓은 미국 땅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선교 봉사 요원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로 여겨진다. 

 

미주 한인 중에서도 최근 RV를 이용해 노매드 라이프를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만약 그들이 크리스천이라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봉사에 큰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노매드 한인들을 위한 봉사 정보나 도와야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 전달하는 일에 미주 한인 교단이 나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 노매드는 홈리스가 아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거처의 개념이 일반과 다를 뿐이다. 

 

목적이 없이 떠도는 이들을 선교사, 순례자의 삶으로 만드는 일은 지금의 교회가 가장 공을 들여야 할 미션 중 하나라고 본다. 이것은 꼭 노매드 라이프를 사는 이들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보다 개인이 앞서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다. 

 

하지만 미주 한인교회가 이런 곳에 역량을 쏟을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한인 이민교회는 그동안 정착과 뿌리내림에 집중해 왔고, 연대보다는 개교회 중심의 사역과 몸집 불리기에 힘써왔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회중이 줄고, 변화하는 세대에 대한 탄력적 대응에는 조금 아쉬움이 든다. 

 

개인주의 성향이 또렷한 세대가 교회를 기피하고 출석을 원하지 않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을 다시 성도로 만들기 위해서 더 크고 넓은 울타리가 필요한 것일까? 영화 <노매드랜드>는 ‘유랑’의 삶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목적을 갖고 더 많은 곳을 ‘순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회들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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