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혐오 범죄와 미주 한인교회 역할

황인상 기자 | 기사입력 2021/04/03 [14:46]

아시안 혐오 범죄와 미주 한인교회 역할

황인상 기자 | 입력 : 2021/04/03 [14:46]

 

▲ 미국 내 아시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시안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는 ‘#stopasianhate’ 해쉬태그 달기 운동이 한창이다. 

 

미국 내 아시안을 향한 혐오 범죄가 지난 1년 사이 대폭 증가하면서 또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붉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도심가를 걷던 데니 유 창 씨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누군가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고, 실명에 이르렀다. 데니 씨에 따르면 지갑 등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보아 증오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데니 씨 폭행이 있던 같은 날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도 공원 산책 중인 아시안이 언어적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리고 16일에는 조지아주에서 아시안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세 곳에서 끔찍한 연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면서 8명이 목숨을 잃는 등 전 미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인종의 다양성이 국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그러나 왜 타인종들은 유독 아시안을 혐오하고 그것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아시아 태평양계에 향한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 단체가 집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펜데믹 동안 아시안 증오 범죄가 약 4천여 건 집계됐고 그중에 한인이 14.8%라는 결과도 있다. 또한 아시안 증오 범죄는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뉴욕, 워싱턴주 순으로 이어졌다. 단체 측은 실제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미국 내 인종차별적 피해를 입은 아시안 중 한인이 2위를 차지한다. Photo=stopaapihate.org

 

최근 미국 내에서 아시안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반중국 정서에 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을 크게 높인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 19 관련 발언 도중 ‘중국산 바이러스’라고 언급하는 등 인종차별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에 대한 증오 대상이 아시안으로 퍼져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증오 범죄의 급증에 따른 해결책이나 방지를 위한 정책, 캠페인 등을 보면 생각보다 부진하거나 타인종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아쉬움은 전한다. 지난해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BLM)’는 운동과 비교해봐도 주류 언론의 관심이나 정치인들의 참여가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그만큼 미국 내 아시안들의 입지 부족과 함께 아시안들 스스로 이런 피해에 대해 그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 뉴욕의 한 백인 여성이 한인 여성을 향해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언어폭력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Photo=ABC7NY Youtube

 

다행히 펜데믹 동안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아시안 대표 단체들이 늘어났고 정치적 이슈의 근간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 등을 공개하는 등 이전과는 달리 좀 더 구체적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앞서 조사에서 보았든 펜데믹 동안 피해를 본 아시안 인종 중 중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다는 것은 미주 한인 내에서도 이제는 증오 범죄와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과 단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 종교자유, 인권옹호, 부모권리를 위해 싸우는 태평양법률협회 한인 담당 디렉터 주성철 목사

한편 아시안에 대한 증오에 대해 아시안 내에서도 분명하게 알릴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성철 목사(태평양법률협회 한인 디렉터)는 미국 내 아시안을 상대로 혐오 범죄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인의 횡포’를 든다. 그러면서 모든 중국인을 다 몰아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한다. 주 목사는 “우리가 볼 때 유럽은 다 백인이라고 생각하듯 미국 내 타인종 역시 한국, 일본, 중국인임을 구별하기는 힘들다.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가치관을 모르는 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살고, 남을 배려하는 에티켓이 부족한 중국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타인종이 아시안을 만나면 묻는 첫 질문이 “당신은 중국 사람입니까?”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세워지기 전에 미국으로 온 중국인들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유럽계 이민자보다 더 혹독한 대우를 받았지만, 미국 철도를 짓는 등 미국에 공헌한 산증인들이다. 이들로 인해 이후로 미국에 온 아시안들이 많은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아시안들에 대한 혐오 범죄만큼은 중국 공산당 이후 민주주의 가치관과 질서, 공공장소에서의 에디켓 등을 갖추지 못한 일부 국민들의 횡포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미국 내 아시안들을 향한 언어적 폭력의 대부분은 “GO BACK TO CHINA”라는 말이 많다. 미국의 한 언론은 최근 뉴욕에서 인종차별적 언어폭력을 당한 한 아시안 여성 사례를 보도하면서 차 안에 탑승한 한 백인 여성이 “GO BACK TO CHINA”라고 다른 아시안 여성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당 피해 여성은 중국인이 아닌 한인이었다. 뉴스에 보도된 것 외에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아시안들에게 더해지는 언어폭력은 대부분 “어디서 왔냐! 너희 나라(중국)로 돌아가라”라는 뉘앙스가 많았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미국 내 타인종들이 가진 아시안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대체로 중국인에 포커스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시안은 모두 중국인이라는 타인종의 인식은 분명 과거 중국인을 보는 시선과는 다른 것 같다. 오죽하면 인터넷 쇼핑몰에 “I’M NOT CHINESE’라고 새겨진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을까? 이를 통해서 보면 미국 내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 내 아시안 증오와 혐오 범죄가 특정한 민족의 문제라고 단정 짓기는 조금 곤란한 부분도 있다.  우리 한인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아시안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와 범죄를 당했을 때 이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고, 타인종에게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알릴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고 한인교회가 타인종과의 갈등을 풀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의 슬픔을 감싸는 일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 샬롯장로교회 나성균 목사 

다민족 전도와 사역에 중점을 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 자리한 샬롯장로교회 나성균 목사는 이번 아시안 혐오 범죄 급증과 관련해 가장 먼저 단합되지 못한 아시안들의 단점을 말한다. 나 목사는 “동양 문화권에서 가족 범위를 벗어나면 다 남이라고 생각하고 경쟁해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적인 이유 등으로 아시안이 진정한 하나 됨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어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웃을 무시하지 말고 그들을 예수께 인도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주변 홈리스와 타인종을 더 돌보고 우리 커뮤니티에 아시안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환경이 되면 왜 그들이 아시안을 증오하고 미워하겠는가? 지금은 교회가 나서 그리스도의 이웃 사랑을 더욱 알리고 실천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사실 미국 내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펜데믹을 거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대상과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시안들의 단합과 항의를 통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행정력을 움직일 수 있는 적극적 신고가 필요하다.

 

아시아는 사실 동북아와 동남아, 서남아마다 문화적 차이가 다양하고, 종교를 비롯해 과거 역사적 갈등 등 국가 간 소통과 화합이 크게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 인종으로 손꼽히는 중국과 한국만을 보더라도 미국 내에서 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이 때문에 국가를 초월한 교회의 역할에 더욱더 기대가 모아지는지 모른다. 

 

다음으로 작은 피해라도 지역 경찰서 또는 아시안 인종 차별 방지 단체를 통한 적극적 신고가 필요하다. LAPD의 경우 인종차별적인 범죄에 대해 적극적 신고를 당부하고 있으며 긴급한 경우에는 911에, 신고가 가능한 상황이면 LAPD 본부 877-ASK-LAPD(275-5273)으로 신고하면 된다. 또한 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 협회 800-867-3640이나 STOP AAPI HATE 웹사이트(stopaapihate.org)를 통해 인터넷 신고를 해도 좋다. 

 

주성철 목사(태평양법률협회 한인 디렉터)는 “아시안들은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아시안들은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의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이것은 부당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비롯해 언론 표현의 자유, 그리고 개인 사생활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나라다. 하지만 법을 잘 몰라 나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태평양법률협회(korean.pacificjustice.org)를 비롯해 종교자유, 인권 옹호, 부모 권리에 대해 돕는 단체들이 많으니 참고하면 좋다. 또한 미주 한인교회가 타 민족 교회와의 교류를 넓히고 선교 행사를 할 때 타인종 교회를 초청해 함께 진하며 유대 관계를 넓히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고 의견을 전한다. 

 

▲ Stopaapihate에서는 한국어로 신고가 가능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Photo=Stopaapihate.org 

 

최근 LA 한인타운에서는 아시안증오범죄 근절 LA 한인들이 차량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LA 지역 정치인들 일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주 내 모든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같이 움직여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끈다. 아시안들이 이제는 밖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다. 성경 <레위기>를 통해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한인 사회가 항의와 목소리 내기에 앞장선다면, 한인 교계는 타인종을 통해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 전하기와 포용의 리더쉽을 통한 문제 해결에 앞장설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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