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미니멀 라이프와 말라위 라이프
김이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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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13 [02:55]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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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슬 선교사(아프리카 말라위 북서진선교회)

최근 몇 년간 미니멀 라이프라는 생활 방식이 대두되고 유행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란 불필요한 물건이나 일 등을 줄이고,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말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며 자신들이 갖고 있는 쓸모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말라위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 단순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은 사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크리스챤들에게도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은 낯선 것이 아니다. 한경직 목사님의 청빈한 삶, 한국에서 순교하신 많은 선교사님들이 남긴 ‘담요 한 장, 옷 한 벌’ 혹은 ‘작은 여행 가방 하나’의 유산을 보면 그분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완벽하게 살아내셨다. 

 

이렇게 존경받는 믿음의 선배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착복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끊임없이 흘려보내며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았다. 그분들은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다른 종착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그 본향을 바라보며 철저하게 나그네로서 살아가셨다. 그래서 현재의 우리들은 그분들의 삶과 이야기들을 통해 감동받고 도전 받는다.

 

내 삶을 들여다보면, 부끄럽게도 나는 지금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곧 태어날 신생아부터 십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6명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옷과 책, 장난감들이 있다. 

 

또 말라위라는 특수한(?) 상황이 마땅히 버려야 할 물건들 마저도 쉽게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말라위에서는 물자를 쉽게 구할 수 없기에 ‘혹시 언젠가 이것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간 쓰지 않았던 물건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린 후, 뒤늦게 그 물건이 필요해졌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이미 그 물건은 말라위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질이 안 좋은 물건을 사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석구석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다.  

 

반면에 우리 주변의 말라위 사람들은 정말 단촐하게 살아간다. 없어도 너무 없다. 가히 충격적일 정도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너무 많이 가진 나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진다. 정말 이 모든 것이 다 필요할까?

 

이러한 이유로 우리 부부가 결정한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런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새로운 것을 원할 때나 누군가 선물을 사주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먼저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장난감을 한 상자씩 준비하도록 한다. 적게나마 우리의 것을 비우고 순환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주님은 늘 우리의 필요를 채우신다. 그 주님을 철저히 신뢰하고 따라간다면 굳이 내 것을 주장하며 내가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 내가 움켜쥐고 쌓아 놓은 만큼 ‘시시때때로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돌아본다. 

 

얼마 전, 지인의 생일 선물로 내가 가지고 있던 화장품 세트를 흘려보낸 적이 있다. 그 선물을 받은 지인께서 메세지를 보내셨다. 본인이 갖고 있던 마지막 화장품을 쓰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딱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어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주님의 사랑과 돌봄이 전해진 것 같아 나도 행복했다.

 

주님은 언제나 이렇게 일하신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헌금으로 선교지에서 우리의 필요를 채우신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필요가 채워지고 있다. 주님은 종종 이렇게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신다. 이렇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고 즐겁다.  

 

세상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한다고 해서 우리가 꼭 그렇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미니멀 라이프가 천국 본향을 사모하며 사는 나그네의 삶과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다 자라서 지금처럼 많은 물건이 필요 없게 된다면, 과연 그 때의 나는 진정한 나그네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성경은 우리가 이 땅에서 나그네라는 것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있다. 본향을 바라보는 나그네로서 살아가자. 많은 믿음의 선배들처럼 움켜쥔 손을 펴고 흘려보내며 축복의 통로로 살아가자. 

 

"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 너희가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벧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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