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하나님이 기르신다는 것
김이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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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8 [14:4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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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슬 선교사(아프리카 말라위 북서진선교회)

여섯째 출산이 다가오긴 했나보다. 새로 태어날 아기를 위한 물건들이 갑자기 속속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출산 준비물이라고 하는 신생아 용품들을 준비해야 하는데 당장 큰 아이들 홈스쿨링을 하는 것만 해도 내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커서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여섯째 아이를 계획한 것이 아니기에 다섯째가 쓰던 옷과 물건들을 현지에 있는 친구들과 성도들에게 대부분 나누어 주어서 많은 것들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필요한 것들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주님이 알아서 주시겠지’하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필요한 것들이 다 채워졌다. 심지어 기대하지 않았던 아기침대까지도. 내가 나누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나에게 돌아왔다. 하나님이 진짜 우리 아버지가 맞구나, 나의 아버지이자 새로 태어날 아기의 아버지이시구나! 우리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나보다 앞서 준비하시고 세밀하게 하나하나 챙겨 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주위에서 “하나님이 키우신다,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했다. 혹은 지금 하나 둘도 너무 힘든데 아이를 더 낳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교회 안에서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는다. 솔직히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었다. 아이가 많아서 딱히 걱정을 한 건 아니지만 아이가 많아질수록 고생스러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키우신다니? 내 손으로 하루에 몇 번씩 기저귀 갈아주어야 하고 잠 못 자고 먹이고 재우고 달래야 하고 씻겨야 하고 밥 해주고 물 떠다주고...... 이 모든 것들을 다 내 손으로 해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하나님이 키우시는 건가요?? 되묻고 싶었다. 

 

말라위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청정 자연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계절마다 유행하는 온갖 질병들로 걸핏하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이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꽤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심한 미세먼지로 외출조차 쉽게 할 수 없을 때 우리에게는 오직 흙먼지 뿐이라며 잘 지지도 않는 흙먼지 위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놀았다. 말라위 사람들이 가장 자주 걸리면서 종종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말라리아도 우리는 많이 걸리지 않았다. 7명의 가족이 6년을 지내면서 딱 4명만 한 차례씩 앓았을 뿐이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크고 작게 다쳐서 깁스도 하고 꿰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걸리지도 않을 볼거리가 걸리고 후유증으로 심하게 고름이 차서 짜내기도 했다. 간혹 아이들이 이렇게 아프거나 다칠 때면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에게 가야할 지 매우 난감할 때가 있다. 한국처럼 신뢰할 만한 의료진들이 늘 우리 가까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 있기 때문일까? 어느 순간 “아이들을 정말 하나님이 키우시는구나” 라고 인정하고 고백하게 되었다. 

 

부모로서,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들은 사실 고되기도 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반복의 단순 노동에서부터 “내가 뭘 잘못해서 내 아이가 이러지 않나?” 하는 자책과 죄책감, 혹은 그 이상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런데 나 중심의 생각을 바꿔보니,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씻기고, 청소하고, 때마다 먹을 것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 주는 등의 육체적인 일들 뿐이었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다 내가 할 수 없는, 내 영역 밖의 일들이었다. 아이들이 아플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아이들을 지키시고 보호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하나님이 키우시는 거구나! 

 

내 자녀를 주님의 아이라고 인정하고 주님의 인도와 보호하심을 구하는 것, 그리고 말씀으로 가르치며 아이가 혼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우리 큰 아이가 이제 고작 십대 청소년에 진입했을 뿐이기에 나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대로 자라갈지도 미지수이다. 설령 아이가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라도 여전히 하나님이 직접 기르신다는 것을 신뢰해야겠다. 

 

내가 자녀의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 없다. 부모로서 나에게 맡기신 그 역할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되 그 이상의 영역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아이를 통해 성취하려고 하는 나의 욕망과 꿈을 정직하게 주님 앞에 내려놓아야 한다. 나의 자녀일지라도 나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임을 늘 인정하면서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의 삶과 관계 가운데 간섭하시고 길을 인도하시며 양육해달라고 우리의 주권을 주님께 이양해야 한다. 

 

나 역시도 하나님의 뜻과 방법대로가 아닌 세상의 기준과 방식이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 가운데 섞여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점검해야겠다. 날마다 회개하고 주님께 다시 한 번 아이를 맡겨 드리며 주님께서 친히 아이를 기르시도록 내가 움켜쥔 손을 펼쳐 놓아야겠다. 부모도 자유해야 한다. 부모이기 이전에, 나도 하나님의 자녀일 뿐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공급하시는 주님께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공급하시며 친히 기르실지 기대된다. 지금 내 자녀가 나의 생각, 내가 바라는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갈지라도 여전히 우리의 주인되시며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신뢰해보자. 우리 아버지는 지금도 우리 아이들을 친히 기르시는 동시에 나도 기르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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