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당연한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
김이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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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07 [23:0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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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슬 선교사(아프리카 말라위 북서진선교회) 

2020년, 세계는 COVID-19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평범한 일상이라고 여기며 살던 모든 것들이 특별해졌다. 평범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큰 은혜였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은혜를 누리며 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마스크 없이 생활하던 삶,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던 삶, 누군가와 쉽게 아무 곳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삶, 사람들과 가까이 접촉할 수 있었던 삶, 매일 학교를 가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던 삶,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며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하던 삶.... 이 모든 일상들이 과거형이 되었다. 그리고 거리두기, 비대면, 언컨텍트와 같은 낯선 말들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는다. 나 역시도 아프리카 말라위에 온 후에야 이전에 한국에서 누리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달았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지 않는 삶,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내가 결정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들, 전화 한 통이면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편리함, 끊기지 않는 저렴한 가격의 세계 최고 빠른 인터넷, 아프면 당장 뛰어갈 수 있는 병원 등등....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 삶의 모든 환경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삶이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이 곳 지구 반대편에서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싼 비용, 많은 수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 등 많은 것을 지불해도 결코 내가 이전에 누리던 편리함과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대다수의 가난한 현지인들의 삶은 더 말해 무엇하랴.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이 없어(집에 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아서) 하루에 몇 번씩 무거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어와야 한다. 2020년인데 아직도(스마트폰은 고사하더라도) 전화만이라도 되는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세탁기는 구경도 못해 본 사람들이 더 많고 집집마다 TV도 거의 없다. 전기도 등을 켜고 핸드폰 충전하는 정도로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화장실도 푸세식이다. 평소 하루에 한 끼 간신히 먹는 이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이 사치일 뿐이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유모차를 밀고 가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본다. 유모차라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아이를 업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차에 앉아 편안히 가는 내 모습이 너무 민망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사치인 삶을 일상으로 살아왔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과 똑같이 하루에 몇 번씩 물 길어오고, 전기도 없이 촛불키며 살아야 할까? 주님은 우리 각자에게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복을 허락하셨다. 남과 비교하며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불만족하며 살아가는 대신, 나에게 허락하신 오늘의 축복을 누리며 감사하는 태도, 자족하는 마음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느냐는 부자 청년의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계명을 지키는 것 외에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

 

우리가 비록 COVID-19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고 있지만 오늘이라는 축복을 누리며 자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또 내 생활을 주님께서 책임지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받은 복을 가난한 자에게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즐기는 일상들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당연한 일이 되도록 우리가 받은 복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것이 영생을 얻는 비결이다.

 

한국도 그런 도움을 받았다. 많은 선교사들이 지독하게 가난했던 한국에 와서 의료와 교육, 복음 전파에 힘쓰며 그들의 피, 땀, 생명을 한국에 쏟았다. 비단 선교사들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빚을 갚을 차례다.

 

예수님은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셨다. 소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셨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소자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흘려보내는 것이 바로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의 친구 예수님은 우리를 영원한 곳으로 맞아들일 것이다. (누가복음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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