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구속, 한국교회의 불리한 정황
신천지 몰락과 붕괴의 시나리오가 해피엔딩이 되려면?
정윤석 기자 | 입력 : 2020/09/18 [03:28]
법정 판결문에 보면 상대에게 불리한 정황과 유리한 정황이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상대에게 판결을 할 때 불리하거나 유리한 이유를 적시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필자는 이 표현을 사용해서 이만희 교주 구속이 한국교회에 작용할 수 있는 불리한 정황이 뭔지를 살피고 이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제시하며 한국교회의 경계와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새롭게 하고자 한다. 이만희 구속, 그것으로 한국교회 불리한 정황도 있다. 다만 이는 이만희 교주의 구속이 불필요했다거나, 부당하다거나, 그것 자체가 한국교회에 해가 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님을 밝힌다.
첫째, 이만희 교주 사후의 예행연습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코로나19 이전, 신천지는 대단위 모임이 잦은 단체였다. 크게는 설립 기념일인 3월 14일에도 모였고, 9월 14일 만국회의 때도 모였다. 부인 유천순 씨 생일 때도 모였다. 모 지파장은 때때로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만희 교주를 찾았다. 잘 보이기 위해서다. 이를 잘 파악한 지파장은 지금도 신천지 내에서 떵떵거리고 힘께나 쓰는 위치를 차지한 상태가 됐다. 이만희 교주는 신천지 모임에서 때론 꾸중하고 때론 어르던 신천지 내에서의 큰 어른이자 나아가 만왕의 왕, 구원자였다. 그가 지금 감옥에 갇혔다. 초림예수 때와 동일한 핍박이라며 내부 단속을 해가지만 12지파장들은 현재 발생한 교주의 공백을 그의 사후, 신천지를 어떻게 견고하고 탄탄한 조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실험대에 놓인 심경이 됐다.
그들은 어쩌면 자기 몫이 될 신천지의 지분을, 어떻게 판을 깨지 않고, 칼부림(실제 칼부림이 아니라 표현상 그렇다) 내지 않고, 단단히 챙길 수 있을지를 예행연습할 수 있게 됐다. 교주의 구속으로 생긴 공백은 오히려 교주의 사후의 공백을 대비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교주의 구속과 나아가 이만희 교주 사망으로 신천지가 무너져 내리길 바라는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교주의 구속으로 생긴 충격까지 버텨내고 남은 충성도의 신천지 신도들이라면 교주의 사망이란 충격에도 결국은 버텨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에는 불리한 정황이다. 정리하자면 지금 현재 신천지에 있는 사람은 김남희 태풍, 코로나19 태풍, 이만희 구속 태풍 등 거센 풍파에도 신천지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결국 이들이 이만희 교주 구속 후에 남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만희 교주가 사망하더라도 신천지는 큰 풍파를 겪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둘째, 지방분권 체제의 가속화다. 신천지는 과천에 있는 총회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12개 지파로 나눴고 그 12개 지파에는 지파장이 존재하는 지방분권 체제다. 각 지파마다 모두 총회가 갖고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조직을 갖추고 있다. 중앙의 지원은 물론 때론 통제와 견제를 받던 12지파였다. 그러나 총회 수뇌부의 구속으로 중앙본부가 예전과 같은 기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더욱이 베드로 지파(전남 광주)와 맛디아 지파(대전)는 이만희 교주 구속 전부터 쥐락펴락할 수 없는 대단히 강력한 지방 호족들이었다. 문제는 교주의 구속과 베드로지파와 맛디아지파 등 횡령 혐의로 수사의 부담을 가진 지파들 외에 나머지 지파들이 약질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각 지파별로 소외됐고, 지방분권이 자리 잡지 못한 조직들이 총회 본부와 독립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미리 준비하고 모색할 수 있는 시간과 생각들이 생겼다는 점은 한국교회에 별로 좋을 게 없는 정황이다. 12개 지파 내부에선 분명히 실력자들의 권력 암투가 벌어지고 있을 게 뻔하다. 결국 누가 조직의 부동산과 돈을 효과적으로 장악하느냐가 종교 비즈니스의 본질 아니던가. 여기서 한푼이라도 제 것을 취하기 위해 12개 지파에서 각자 활로를 모색해간다면 오히려 신천지의 중앙은 약화되도 베드로·맛디아지파도 무시못할 지방분권의 실력자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들 또한 신천지 신도들의 이탈은 곧 자신들의 권력의 누수 현상이기에 매우 강력한 세뇌 작업을 온라인을 통해 더욱 견고하게 다져갈 것이다.
셋째, 위장교회·위장 언론의 기독교 흑색선전 동원이다.
신천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와는 개념이 다른 조직이다. 각 지파에는 각종 위장 단체들이 소속해 있다. 위장교회가 있다. 이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건전한 교단 간판과 소속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을 취한다. 심지어 실제 군소 교단에 가입한 위장교회도 있을 정도다. 나아가 이들이 실제로 교단 하나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하나 유념할 게 있다. 중앙재난본부에서 신천지 명단을 제출하라고 했을 때 신천지가 명단에서 숨긴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정치인, 의사, 공무원이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언론인이었다. 각 지파별로 소속한 정보통신부에 소속한 언론 여기서 활동하는 신천지 언론인의 활동을 무시할 수 없다. 각지파별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신천지 소속 언론들은 집계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위장교회와 위장언론이 결국 하는 일은 뭐냐하면 여론 조성이다. 기독교에는 불리한 여론, 예를 들면 전광훈 씨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신천지의 우호적인 소식과 전광훈 씨 같은 한국교회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소식을 가장 열성적으로 보도하고, 댓글에 뛰어들며, 마치 한국교회와 시민의 일원인 것처럼 활동하며 신천지에는 유리한 여론을, 기독교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론을 조작하는 이들의 활동이 더욱 수면 밑으로 숨어서 활동하는 비밀 활동 체제가 이만희 교주의 구속으로 더욱 교묘해졌을 것이라는 점은 불리한 정황이다.
이만희 교주의 구속, 그리고 나아가 그가 사망할 경우 한국교회는 신천지의 몰락과 붕괴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만희 교주의 구속은 내부적으로 신천지 신도들의 내성과 충성도를 키워줘, 그의 사망이라는 신천지 역사상 최대, 최악의 사건을 미리 예행연습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매우 불리한 정황이 됐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이만희 교주의 구속뿐 아니라 신천지 지도부의 구속에 이어 대구시의 1천억원 손배소가 제기됐다. 국세청은 국내외 신천지교회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실행 중이다. 신천지의 사기 전도를 무력화시킬 청춘반환소송이 지속되고, 이만희 교주의 2천억원 횡령 추가 고발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신천지의 존립과 존속 자체가 어려운 지경으로까지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소송전이 어쩌면 신천지라는 조직 자체의 몰락과 붕괴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공 = 기독교포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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