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그래도 세상 아름답게 봐라
김정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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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03 [00:1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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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목사(뉴욕 후러싱제일교회 담임)

10년 전 쯤 오바마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큰 딸 아이가 백악관에 들어간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인수위원회에 들어가 실무를 돕던 딸이 대통령 취임식 마지막 날까지 거취에 대한 말이 없기에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가 바라던 일이 성사된 후 보고를 자기 엄마에게 하지 않고 제게 이야기를 하고는 “엄마한테는 아빠가 말해”했습니다. 거의 모든 걸 엄마하고 통화를 하던 아이인데 자못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내에게 하지않고 그 소식을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 드렸습니다. 어머니 첫 말씀이 “고맙다”였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났을 때 이야기도 “너는 날 때 못생겨서 너를 보고 내 친구들이 억지로 이쁘다고 했었다” 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안해서 서울에 있는 학교에 불려온 어머니가 안국동에서 종로 5가 의정부 가는 버스타러 갈 때 한마디 말 없다가 버스에 오르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한마디 하셨었습니다. “나는 너에게 이제 아무 기대 하지 않겠다” 목회에 대해서도 칭찬하신 적이 없습니다. 시카고에서 개척교회 시작할 때 장모님은 혹시나 사위가 개척한 교회에 가족들이 참여해서 도우면 어떨까 하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제 어머니가 “내가 내 교회 놔두고 왜 아들이 하는 교회를 가요. 그리고 가족들 도움으로 목회하는 못난 목사, 그 꼴 못봐요”하시더랍니다. 그런 어머니가 손녀 딸 인생에 중요한 일로 전화를 드렸더니 제게 고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할머니는 부모인 우리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나를 어머니에게 칭찬받게 했던 그 딸이 병원에서 손자를 데리고 왔을 때 번쩍 들어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가장 먼저 내 마음에 들어온 생각은 부모님 산소 찾아가서 “아버지 어머니 나도 할아버지가 됐어요”라고 보고 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생의 가을이 깊어지니 눈물도 많아집니다. 손자를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해서 눈물이 나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저는 지금도 첫 아이 태어났을 때 기억이 생생한데 그 아이가 엄마가 되고 저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새벽에 도우신다 하셨습니다. 아무리 밤이 깊어도 하나님이 새벽을 주십니다. 보지 않고 믿는 자, 복되다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 사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두려움과 불안, 아픔과 죽음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말씀하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사람이 세우는 것들의 허망한 실체가 보이고 그래서 하나님 말씀과 기도로 다시 세워가야 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엊그제 기도원/농장에 2차 무씨를 뿌리신 분들이 땀 흘리는 수고를 했지만, 돌아와 들판에 나가 씨를 심는 기쁨을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지난 주 교회 주차장 나무통 텃밭에 가을에 거둘 Brussels sprouts와 빨간 작은 무 씨를 심었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 사태 시작부터 작은 씨앗이 땅을 뚫고 나와 하늘의 햇빛과 땅의 양분을 먹고 맺는 열매들을 보았기에 자신감도 생겼고 희망도 있습니다.

 

며칠 전 한국에 계신 한 어른께서 제 페이스북에 “세상 아름답게 봅시다. 김종호 큰 어른 힘내요 모범 더 보이고”라고 쓰셨습니다. 거의 40년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시는데, 부를 때는 ‘김정호’인데, 쓰실 때는 항상 ‘김종호’입니다. 그 어른은 요즘 계속 문재인 정권 못마땅하게 여기시고 전광훈 목사 ‘큰 인물’이라 페이스북에 올리셔서 다른 선배 어른들로 부터 반론의 글을 받고 계십니다. 반대하는 어른들은 “전광훈은 목사도 아니다” “거짓뉴스에 넘어가지 말고 사실에 근거한 말을 하시오”등 쓰십니다. 그런데 어른들의 열띤 논쟁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목사님은 90세가 되셨고, 다른 어른들도 80세를 넘기셨는데, 나라와 교회를 생각하며 갑론을박 하시면서 젊음의 열정을 회복하시고, 친구사랑을 나누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제가 옆에 있다면 어른들 논쟁하실 때 시원한 냉커피 날라다 드리고, 수박이나 참외 잘 깎아서 올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세 드셔서도 목청을 올리면서도 생각을 주고 받는 동무들이 있다는 것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도 교회도 눈에 보이는 문제들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이루시는 거룩하고 선한 역사가 있습니다. 눈 크게 뜨고 봐야 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찾아야 합니다. 요즘 코로나 확산 책임의 중심에 있는 교회들로 인해 교회들이 도매금으로 당하는 빗발 같은 비난을 보면서도 이를 통해 하나님이 교회를 새롭게 하시리라 소망을 가집니다.

 

그래도 사랑하고, 그럼에도 소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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