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장례식 집례기
이상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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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22 [03:4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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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에 어느 장례식을 집례 했습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성도님이 일주일 전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소천하신지 일주일 만에 장례식을 가지게 된 것은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장례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 2 주일에서 길게는 20일 이상 기다려야만 장례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장례식의 주인이신 고인은 오랫동안 어려운 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힘든 투병 생활을 해 오셨기에 본인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요즘의 장례식은 이전과 다르게 예식을 집례 하게 됩니다. 전과 같으면 많은 조객들이 참석하여 여러 가지 색깔의 향내 나는 조화 속에 가시는 고인이 길을 아름답게 해 드렸을 터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참석하는 조객의 숫자도 적지만 그 흔하던 조화도 요즘 장례식장에서는 쉽게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시에서 명하는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장례식에 참석하는 숫자를 10 명 미만으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 중에도 이 숫자의 제한을 받아 다 참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교인들도 이 명령 때문에 필자를 제외하곤 한 사람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주변의 이웃들이 고인의 소천 소식을 듣고도 많은 유가족의 친지들이 가시는 길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로인하여 슬픔 당한 유가족들의 마음만 아픈 것이 아니라 평소 고인과 유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친지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동참하지 못함으로 안쓰러워하며 미안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중에도 이번 장례식 예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다행스럽고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예배의 특별함 때문이었습니다. 고인의 남편은 지역사회에서 존경 받으시는 원로 목사님이시며 아들도 목사님 이셨기 때문입니다. 딸은 피아노를 전공한 전문 음악인이며 사위는 색소폰 연주가 이십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런 상황에서의 장례식은 그렇지 않아도 힘들 수밖에 없는데 오늘의 장례식예배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쓸쓸할 수밖에 없는 장례식 예배가 가족들의 참여로 그 어느 장례식보다 아름다운 예배가 될 수 있었기에 필자도 예배를 통하여 은혜를 받았을 뿐 아니라 고인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례와 위로의 말씀은 필자가 전했지만 기도는 아들 목사님이 담당하셨고, 고인의 약력보고도 아들 목사님이 하셨으며, 조사는 손자가 했고, 조가는 섹스폰 연주가인 사위가 맡았으며, 오르간 반주는 딸이 했고 예배 말미인 축도는 남편 목사님이 맡으셨습니다. 참석한 가족 모두가 순서를 맡은 것입니다.

 

장례식 전 날 유가족이 카톡으로 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장례식 날 드레스코드는 검은 정장과 검은 색 넥타이를 안 하기로 가족회의서 결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고인이 생전에 밝은 색을 좋아하셔서 평상시 입는 깨끗한 복장을 입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도 가족의 결정에 따랐습니다.

 

장의사에서 장례예식을 마친 후 곧 바로 장지로 자동차로 30분을 이동해서 하관식을 거행했습니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Hollywood Forest Lawn 공원묘지의 드넓은 자연에서 베풀어진 하관식이 특별했던 것은 축도 전 예식을 마치는 노래로 찬송가가 아닌 “아 목동이여[Oh, Danny Boy]”를 합창할 때였습니다.

 

지금까지 한 교회를 40년 동안 섬겨오면서 수많은 장례식을 집례하면서 늘 마음의 무거운 짐을 받아 왔었는데 이번 장례식에선 그런 부담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노래가 슬프던 모두의 마음을 가사를 통하여 위로 받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은 가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나 항상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그 고운 꽃은 떨어져서 죽고     나 또한 죽어 땅에 묻히면

나 자는 곳을 돌아보아 주며     거룩하다고 불러 주어요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        내 묻힌 무덤 따뜻하리라

너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잘 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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