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처음 맛본 와플 맛처럼
이정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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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4 [04:1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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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선교사(터키 푸른초장교회)

터키 이스탄불에 와서 살기 위해서는 거주증이 있어야 한다. 매번 증명사진이 필요하고 서류를 내어야 한다. 오늘은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나가서 증명사진을 찍은 날이다. “엄마, 저번에도 찍었잖아? 왜 또 찍어야 해? ” 나도 생각한다. “그냥 한 번에 연장되는 것은 없나? ” 적어도 2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언제까지 할까? 거주증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정해진 기간이 있고 연장된 날짜를 보며 그때까지 이 땅에서 잘 살아보자는 결심을 한다. 

 

만 2살이었던 딸도 이젠 청소년이 되어가고 증명사진은 쌓여간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이곳에 1997년 대학교 3학년 때 잠깐 온 적이 있었고, 2009년 34세, 엄마로 왔고, 이젠 2020년 45세가 되었다. 쌓여가는 증명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결국 사진 속에 기억과 추억은 남는다.

 

한국에서 자주 먹던 와플은 내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나가다가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와플 집을 보면서 아들이 와플을 먹어보고 싶어 한다. 오늘은 특별히 증명사진을 찍고 사주겠다고 해서 데려갔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먹고 싶어하는 아들을 보고 있다가 생각났다. 나도 이곳으로 올 때 처음이었고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아들은 사진에 보이는 와플을 보다가 눈앞에 주문한 와플을 직접 먹으며 말한다. “엄마, 너무 달아요. ” 초코렛 범벅이 되어 나온 와플 빵 위에 딸기가 가득한 와플은 그저 달콤한 디저트다. “저녁밥은 집에 가서 먹을래요” 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며 웃음이 난다. 와플은 매일 먹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에겐 처음 먹어보는 기대감이 있었고 나는 엄마로서 충족시켜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마음도 어쩌면 내게 이 땅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묵상한다. 사진 속에 보이는 터키 이스탄불과 현실 속에서 겪는 삶은 또 다르지만 그래도 달콤한 것이 있다고, 잠시 기대한다.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지켜보실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든다. 

 

이곳에 살기 위해서는 매번 비자를 연장해야만 산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진 날이다. 2년에 한번씩 하는 것이 잘 통과되기를 바라며 산다. 이곳에서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것들이 모여 현실이 된다. 이 하루가 쌓여 나의 삶이 됨을 깨닫는다. 현실 속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일상이 쌓여간다. 동시에 피아노 교사로 다시 학생으로 공부하는 나는 반주자로 섬기며 이곳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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