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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과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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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17 [0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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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똑같은 날 9.11테러 두 돌과 추석을 한꺼번에 맞는 기분이 묘했던 게 나만은 아니리라. 극과 극일 만큼 대조적인 탓이었다. 일부 한인들은 모처럼 한복때때옷 차려입기, 떡 잔치와 부럼, 성묘 다녀오기 등 한가위 치레를 하면서도 분위기 탓에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특히 9.11 한인 희생자유족들의 경우 한가위가 전혀 즐겁지 않았을지, 아니면 우리네 전통문화 덕에 오히려 위로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티와 기분을 내가며 우리 것을 유달리 사랑하고 즐기는 뉴욕한인들에겐 이래저래 일년 중 가장 눈치보인 하루였을 성싶다. 우연히 겹친 날짜인데 아무렴 어떠랴 치부하며 아랑곳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뭇 영혼을 사랑하는 신자들로서는 마냥 그럴 순 없을 것이다.

미국이란 생활권 속에서 그와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전통과 문화의 틀 속에 살아간다는 것. 때로 그것은 긴장을 낳는다. 긴장을 싸안고 지내되 거기서 오는 압박감 조절을 잘해야 한다. 더 나아가 거듭난 신자들은 천국이라는 또 하나의‘문화권’속에 살아간다. 우리는 땅에서 살지만 땅이 아닌 위에 속했다. 이미 하늘보좌에 앉혀 사는 천국시민들이다. 세상이 참된 문화권이라고 착각하고 거기 급급해선 안 된다. 한국전통문화를 유달리, 누누이 강조하는 이들이 교회서도 눈에 띈다. 전통무용, 태권도 등을 가르치는 교회도 있다. 물론 우리말글은 삶과 신앙을 이해하는 기본도구이므로 후대들에게 당연히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기본이상으로 전통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 보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글맞춤법은 엉터리면서 우리 전통만 운운함은 자가당착이다.

아브라함은 두고 온 고국산천 칼데아(현 이라크)를 그리워한적이 없다. 뿌리를 찾아 하인을 보내어 며느릿감은 구했을망정 선조를 성묘하러 돌아간 적도 없다. 새로 정착한 카나안마저도 진정 몸둘 곳은 아니었다. 그는 죄악 세상에 정 두고 맘부칠 수 없어 늘 나그네 삶을 살았다. 미래의 하늘도시를 바라 본 때문이다. 필요하면 우리는 한가위 문화마저 초월할 수 있는 하늘나그네여야 한다. 내 참 고향은 위에 있다.
김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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